[목요담론]소나무재선충병은 산불과 같다

[목요담론]소나무재선충병은 산불과 같다
  • 입력 : 2015. 02.05(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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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재선충병은 산불과 같다. 제주지역 곰솔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며 전체 소나무숲을 삼킬 기세로 번지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74개 시·군·구에서 연속적으로 또는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내년 4월까지 피해고사목은 약 109만 그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에서 처음으로 발생하여 확산하는 것을 2005년도에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범정부적인 노력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간 다소 방심한 탓인지는 몰라도 최근에 급격히 다시 확산하는 추세에 있다.

그 원인으로는 이상고온, 가뭄 등 기후적 영향으로 매개충의 활동시기가 길어져 재선충병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자 산림청은 작년 11월 소나무재선충병 완전방제 대책을 수립하고, 피해고사목 제거, 소나무류 불법이동 단속 등 방제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2014년 예비비 등 방제예산 113억 원을 추가로 배정하고, 하루 2000명의 인력을 투입해 방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매개충의 밀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항공방제를 연 3회 하던 것을 5회로 확대하고, 소나무류의 이동 및 취급업체를 특별단속하는 등 인위적인 피해확산을 방지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막대한 피해와 방제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이 소나무재선충병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나무재선충은 길이 0.6∼1.0mm 정도의 식물기생성선충으로 가느다란 실모양이다.

성충은 교미 후 30일 전후해 약 1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5일이면 1세대를 마칠 만큼 번식이 빠르다. 1쌍의 재선충이 20일 후면 20여만 마리 이상으로 증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선충은 나무사이를 매개충을 통해 이동하는데 이것이 솔수염하늘소이다. 성충의 크기 2.2∼3.0cm인데, 고사한 소나무 목질부에서 번데기까지 보낸 후 8월 상순에 체내에 약 1만 5000마리의 재선충을 지니고 탈출한다. 이 성충은 소나무즙을 빨아먹으면서 사는데 그 과정에서 재선충이 소나무로 들어가 증식하는 것이다. 이렇게 증식한 재선충은 소나무의 조직을 파괴하고, 가도관을 막아 소나무를 죽게 하는 것이다. 또한 산란은 송진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쇠약목이나 고사목에 한다.

매개충에 의해 소나무에 침입한 재선충이 소나무를 죽게 하고, 이렇게 죽은 소나무에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알을 낳아 성장하며, 그 과정에서 매개충 몸으로 들어간 재선충이 다시 매개충의 먹이활동과정에서 소나무 속으로 들어가 그 나무를 죽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순환이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소나무재선충병은 급속도로 확산한다.

화재가 일어나려면 3가지 조건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가연성 물질, 발화점 이상의 온도, 산소 등이다. 소나무재선충병에서도 가연물질은 소나무, 곰솔, 잣나무 같은 나무다. 매개충은 불꽃이 잘 일어나도록 하는 산소 같은 존재다. 재선충은 마치 불꽃과도 같이 가연물질을 잿더미로 만드는 발화점 이상의 온도 같은 것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의 방제란 이 3요소 중의 하나를 없애는 것이다.

산불과 같은 대형화재도 시작은 아주 작은 담뱃불 같은 것이다. 아무리 무섭게 타오를지라도 이 3요소 중 하나만 차단하면 꺼진다. 문제는 아주 작은 불씨라도 방심하면 또 다시 타오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나무재선충병의 방제도 이와 같이 철저해야 하는 것이다.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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