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4·3 군사재판 생존수형인 7명 재심 '무죄'

[종합] 4·3 군사재판 생존수형인 7명 재심 '무죄'
제주지법 "이념의 굴레 씌워 실형 선고해 인권 유린"
17~23세에 끌려가 전주·목포서 1~3년간 수형생활
  • 입력 : 2020. 12.21(월) 16: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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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군사재판을 통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4·3 생존수형인 7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21일 201호 법정에서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옥살이한 4·3생존수형인 7명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 군사재판으로 수형생활한 4·3수형인에 대한 무죄 선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지법은 앞서 생존수형인 18명이 청구한 재심과 관련해선 2019년 1월 17일 전원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번에 무죄 판결을 선고받은 이들은 김묘생(92), 김영숙(90), 김정추(89), 송순희(95), 장병식(90)씨와 올해 별세한 변연옥(91), 송석진(94)씨다. 이들은 1948년 12월~1949년 7월 사이에 군사재판을 받아 1~3년동안 전주·목포·인천형무소에서 억울하게 수형생활을 했다.

 이날 재판에는 김정추씨와 송순희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했는데, 재판부가 변호인측의 심신장애 요청을 받아들였고 검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예정대로 선고가 이뤄졌다.

 재판부는 "당시 군법회의가 열릴 때 관련 법령에 의한 절차를 모두 지켜서 공소가 제기됐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공소제기 절차가 위법하더라도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공소기각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어 "공소장에 제기된 행위에 대해 피고인들은 '그같은 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공소사실을 밝힐 책임은 검사에게 있는데 증거가 없어 무죄를 구형했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해방 직후 극심한 혼란기에 17살에서 23살의 어린 피고인들에게 이념의 굴레를 씌워 실형을 선고하면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억울한 누명을 써 피고인들의 삶은 피폐됐고 유족들은 연좌제의 굴레에 갖혀 지내왔다"며 "마녀사냥이나 인민재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재판 직후 법원 정문에서 가진 회견에서 지난 7월 별세한 고 변연옥 할머니의 딸 이소향씨는 "어머니를 통해 4·3과 동백꽃의 의미를 알게 됐다. 동백꽃의 꽃말은 사랑과 기다림이다. 어머니가 기다림의 끝을 못본 것이 아쉽다"며 "살아생전에 '나는 죄가 없다'고 했던 어머니에게 너무 수고하셨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심 재판의 변호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생존 희생자들의 1, 2차 재심을 맡았는데, 좀 더 일찍 진행됐더라면 더 많은 이들의 권리가 회복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살아생전 명예회복과 전과 말소가 이뤄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제주지법에서 같은 4·3수형인들에 대해 2019년 1월에는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됐고, 이번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피고인의 권리구제와 피해회복, 명예회복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지만 향후 학자와 법률가들 사이에서 2개 판결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실체적 사실에 부합하고 법리적 일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이나 무죄를 선고받은 4·3수형인은 26명이다. 하지만 4·3 당시 적법한 절차없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군사재판을 받아 억울하게 옥살이한 수형인은 2530명으로 집계되고,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전쟁 발발 후 집단처형되거나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349여명의 4·3행불인 피해자 유족들이 개별적으로 재심을 청구해 개시결정이 내려지거나 심문절차를 밟고 있어 이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일괄적으로 검사나 4·3위원회를 통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4·3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도민사회는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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