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기억을 담다 도시재생공간 탐색] (7) 케왓

[원도심 기억을 담다 도시재생공간 탐색] (7) 케왓
할망들 지혜 담긴 제주음식 가치 나눈다
  • 입력 : 2020. 10.26(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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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문화광장 옛 유성식품
음식 주제 공간으로 탈바꿈


"간판에 생소한 메뉴가 보일 겁니다. 잔치꽃닭인데요. 제주에선 가문잔치 음식으로 닭을 통째로 튀겨 그 위를 예쁘게 꾸몄어요. 아쉽게도 지금은 볼 수 없고, 저 가게 간판도 조만간 떼어낼 거래요."

7개의 시장이 모여있는 제주동문시장을 안내하며 갈치, 지름떡, 꿩과 메밀, 고사리, 유채기름 등 식재료와 음식 이야기를 풀어내던 이지은 베지근연구소 교육팀장이 잠시 걸음을 멈췄다. 세월의 변화에 따라 사라지는 제주음식들이 있었고 꽃닭도 그중 하나였다. 이 팀장을 따라 1시간 넘게 시장을 둘러본 뒤 케왓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지은 베지근연구소 교육팀장이 로컬시장 탐방 쿠킹클래스 참가자와 함께 계란돈가스를 만들고 있다.

이번엔 제주음식을 만들 차례였다. 여행길에 '동문시장 탐방 쿠킹클래스'를 신청한 참가자는 독새기고기튀김(계란돈가스)과 지름떡을 요리하며 또 다른 제주를 만났다.

지난 23일 케왓(제주시 관덕로 17길 27). 탐라문화광장 조성 과정에 철거되지 않고 지금의 제주책방·사랑방(고씨주택), 산지천갤러리(녹수장, 금성장)와 더불어 살아남은 유성식품이 있던 곳이다. 산지항 어선에 부식을 납품했던 유성식품은 칠성로 골목으로 이사해 그곳에 다시 문을 열었고, 옛 유성식품 자리엔 제주음식 주제 커뮤니티 공간 케왓이 들어섰다.

케왓은 제주방언으로 마을 사람들이 출자해 초가 지붕을 잇는 띠(새) 등을 공동 경작하던 밭을 의미한다. 제주도 위탁을 받은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가 공간 운영자를 공모해 지난해 6월부터 '제주음식문화 크리에이팅 그룹'인 베지근연구소가 꾸려가고 있다.

철거 위기를 딛고 음식 주제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한 케왓 전경.

케왓 1층은 '달래'를 뜻하는 방언인 '드릇마농'으로 이름붙인 카페테리아로 운영되고 있다. 한켠에 놓인 책방 달래는 서점이면서 음식인문학독서모임 등 요리책에 담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2층은 '베지근' 공간으로 로컬시장 탐방 쿠킹클래스 등 재래시장에서 제주인들의 삶과 지혜를 찾고 시장에서 구매한 식재료로 제주음식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 등이 펼쳐진다.

이날 케왓은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제주대박물관 역사문화박물관대학 시민강좌 일정으로 김진경 베지근연구소장이 강의를 맡아 쉰다리 체험이 진행됐다.

케왓 1층에서 김진경 베지근연구소장의 강의로 쉰다리 만들기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음식을 공부하는 젊은 연구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베지근연구소 사람들에게 원도심은 '화수분' 같은 곳이다. 제주항, 산지천, 동문시장 일대를 두 발로 걸으며 제주의 역사와 문화, 음식 이야기를 발견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왔다. '일뤳삼춘과 함께 하는 원도심 음식여행'도 그런 프로그램이다. '고기국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혼분식장려운동과 건면', '제주할망이 만들어준 음식: 1970년대 이전 제주음식 이야기', '제주산업음식의 시작-일제강점기 통조림 산업이야기' 등에 이어 지금은 11월 운영될 '탐라순력도에 담긴 진상의 역사-제주 진상문화와 궁중음식'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책방 달래에 놓인 책들. 서점이면서 요리책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김진경 소장은 "제주음식을 기반으로 교육상품 판매, 교구 제작, 원도심 아카이빙북 제작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관광객은 물론이고 제주의 초·중·고 학생들이 잊혀져가는 제주음식을 배울 수 있는 향토자료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진선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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