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의 월요논단] 인도(印度) 알기 8 : 채식주의(菜食主義)

[김성은의 월요논단] 인도(印度) 알기 8 : 채식주의(菜食主義)
  • 입력 : 2020. 07.13(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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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성과 관련해 동물로서의 사람을 분류하자면 크게 채식주의자, 육식주의자 및 잡식주의자로 구분할 수 있다. 또 채식주의자는 소·돼지고기는 먹지 않고 닭고기 같은 조류는 섭취하는 폴로(Pollo), 육류는 피하되 물고기와 조개 같은 수상생물은 먹는 페스코(Pesco), 육류와 어패류는 먹지 않고 우유나 달걀, 꿀처럼 동물에서 추출된 음식은 허용하는 락토-오보(Lacto-Ovo), 이중 달걀은 빼고 유제품은 먹는 락토(Lacto), 그리고 오로지 채식만하는 비건(Vegan)으로 나누어진다.

인도에서 채식주의자라 함은 보통 락토를 의미한다. 인도는 모든 음식 및 식품에 Non-Vegetarian(비채식주의자)과 Vegetarian(채식주의자)으로 구분해 표시토록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비채식주의자는 하얀바탕에 붉은 정사각형과 그 안에 붉은 원을, 채식주의자는 하얀바탕에 초록색 정사각형과 그 안에 초록색 원을 그려 표시하고 있다.

인도의 채식주의는 동물을 죽이고 이를 섭취하지 않는 아힘사(Ahimsa·불살생) 사상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는 힌두교 경전인 리그베다와 야유르베다, 대서사시인 마하바라타 등에 나온다. 이 아힘사는 힌두교뿐만 아니라 불교, 자이나교의 핵심사상이기도 한데, 힌두교와 불교는 육류섭취에 예외를 두고 있으나, 자이나교는 엄격해 예외를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아힘사는 행동뿐만 아니라 말과 생각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주의는 바로 이 아힘사 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한편 인도의 채식주의 현황을 보면, 인도의 1인당 연간 육류소비량은 3.2㎏으로 전 세계 평균인 38.7㎏의 1/12, 미국인 1인당 소비량 125㎏의 1/40정도에 불과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인 FAO의 통계는 인도 채식주의자의 수는 여타 전 세계 채식주의자를 합한 수보다 더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의 채식주의자는 전체인구의 30~40%로 4억~5억명 수준이다. 지리적으로는 인도 북서부지역에 채식주의자가 집중돼 있으며, 남동쪽으로 내려가면서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남부 및 동부지역과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자스탄, 하리아나, 구자라트는 60% 이상이 채식주의자로 조사되고 있다. 2005~2006 및 2015~2016년 인구건강조사 결과를 보면, 인도에서 채식주의자들이 감소하고 있음으로 보여주고 있으나, 라자스탄과 펀잡에서는 오히려 채식주의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육류소비가 가장 높은 사회적 그룹은 무슬림, 지정 카스트(SC)와 지정 부족(ST)인데, 특히 SC와 ST는 80%이상이 육류소비자이다.

채식음식으로는 필자가 즐겨먹었던 마살라도사(남부음식), 팔락 파니르(시금치와 치즈), 칼리달(검은 렌틸콩), 촐레(병아리콩 커리), 알루프라타(넙적 감자빵), 달 팔락 카쇼바(렌틸과 시금치 수프) 등이 있으며,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아직까지 인도인들은 유럽이나 미국 중심으로 여행 중이나, 최근 동남아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을 제주도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채식주의자 전용식당들을 미리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노벨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했을 때, 많은 인도인들이 커다란 관심을 보였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김성은 제주도국제관계대사·전 뭄바이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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