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표선 한모살 4·3학살터 표지석 어디로

‘작별하지 않는다’ 표선 한모살 4·3학살터 표지석 어디로
4·3 당시 표선 모래사장 일대 한모살서 200명 이상 학살
표선면문화·체육복합센터 주차장 공사로 표지석 임시 철거
“추모화환 나뒹굴어… 헛걸음 않게 안내 표지판 설치해야”
  • 입력 : 2025. 07.08(화) 15:35  수정 : 2025. 07. 08(화) 17:18
  •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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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귀포시 표선면 한모살 4·3유적지 표지석이 공사로 인해 철거된 채 추모화환 등이 나뒹굴고 있다. 독자 제공

[한라일보]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언급된 표선면 한모살의 4·3 표지석이 공사로 임시 철거되며 방문객들의 헛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에 거주하는 강모(50대)씨는 지난 6일 서울에서 온 지인과 함께 서귀포시 표선면 한모살 4·3유적지를 찾았다.

한모살은 4·3 당시 표선면과 남원면 일대 주민 등 200명 이상이 학살된 곳이다. 현재 표선해수욕장 인근이 대지로 변해 표선민속촌과 건물 등이 들어섰으나 과거엔 이 일대가 모두 모래사장이었고, 이 지역 곳곳에서 일상적인 학살이 이뤄졌다.

뿐만 아니라 표선면 한모살은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P읍’의 ‘모살왓’으로 언급되면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많은 방문객들이 답사기행 장소로 찾는 곳이다.

하지만 강모씨가 한모살을 방문했을 당시, 표선면문화·체육복합센터 옆 공터에 마련됐던 표지석은 사라진 채 추모화환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한모살에서 학살된 어린아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만화책 등도 모래에 뒤덮여 방치돼 있었다.

철거되기 전 서귀포시 표선면 한모살 4·3유적지 표지석. 독자 제공

지난 6일 서귀포시 표선면 한모살 4·3유적지 표지석이 사라진 자리에 추모화환과 당시 희생된 아이들을 기리는 만화책 등이 널브러져 있다. 독자 제공

강모씨는 “지난달까지 제자리에 있던 표지석이 사라져서 황당했다”며 “추모화환과 만화책 등이 뒹굴고 있는 게 마음이 불편했다. 행정이 4·3에 대해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5일에도 이곳을 방문한 한 관광객은 인터넷 게시물에 “(표선)도서관 앞 공터는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한 귀퉁이에 멈춰 쓰레기 같은 뭔가”를 봤다면서 “원래 작은 표지판이 서 있던 곳이었는데, 공사를 하면서 치워버리고 누군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놓았던 조화와 물건들을 쓰레기처럼 방치해 놨다”고 지적했다.

표선면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표선면문화·체육복합센터 주차장 조성을 위해 9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표지석은 공사현장사무소 실내에 보관 중이다.

김잔디 제주다크투어 대표는 “해설사 없이 개인적으로 이곳을 찾는 분들은 정확히 어디가 한모살 유적지고,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잠시 옮기더라도 지나가시는 분들이나 유적지를 방문하신 분들이 알 수 있게끔 표시를 해놔야 한다”고 했다.

표선면사무소 관계자는 “주차장 공사가 마무리되면 표지석을 인근에 다시 설치할 것”이라며 “추모화환 등은 현장 확인 후 표지석과 함께 보관해 두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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