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세상 꿈꿨던 오월 광주의 기억 제주에

대동세상 꿈꿨던 오월 광주의 기억 제주에
아트스페이스씨 기획 7월 17일까지 홍성담 판화전 '새벽'
엄혹했던 시기 기억 투쟁… 1980년대 제작 판화 50점 전시
  • 입력 : 2020. 07.05(일) 17:51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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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담의 '대동세상 2'.

4월을 품은 섬 제주에서 5월을 이야기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제주시 중앙로 아트스페이스·씨(대표 안혜경) 기획으로 지난 4일 막을 올린 홍성담 판화전 '새벽'이다.

이번 전시엔 '오월민중항쟁' 연작 50점이 나왔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고통스러운 기억과 역사를 되새기며 평화를 꿈꿀 수 있는 작품들이 펼쳐지고 있다.

1980년 5월 신군부가 광주에 계엄군을 투입해 잔혹한 학살을 벌이자 광주시민들은 온힘을 다해 그들의 만행에 저항했다. 하지만 기억을 틀어막으려는 신군부의 압살로 인해 학살현장을 기록한 사진 한 장 구하기 어려웠다.

홍성담 작가는 엄혹했던 그 시기에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방법으로 판화를 택했다. 문방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고무판과 조각도를 재료로 탄생한 판화는 복제가 가능하고 휴대하기 좋고 좁은 공간에 쌓아 보관하기에 적합했다.

그의 작업은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광주학살의 진상규명운동이나 민주화운동의 진행과정에 따라 그때그때 쓰임새에 따라 이루어졌다. '횃불행진'(1983), '꼭두각시놀음'(1984), '혈루'(1984), '대동세상 2'(1984), '사시사철-봄'(1985), '투사회보'(1986), '가자, 도청으로'(1988) 등 1980년부터 약 10년동안 이어진 그의 오월 연작 판화엔 당시의 참상을 넘어 공동체를 지키고 구하려는 시민들의 항쟁과 자부심, 위무와 진혼이 스며있다. 저항의 정신과 권리로 목숨을 걸고 정의를 실현하려 했던 광주시민들의 모습 그대로다.

홍성담의 '사시사철-봄'.

홍 작가의 이력은 광주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내를 넘어 동아시아에 서린 국가폭력을 드러내기 위한 기억투쟁을 지속해왔다. 특히 태평양 전쟁 직후 타이완, 오키나와, 제주 3개의 섬에서 벌어진 학살을 다룬 민중미술이 인간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성찰 등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고 했고 광주 오월을 다룬 그의 작품 역시 궤를 같이한다.

안혜경 대표는 "제주 4·3과 광주 5·18은 부당한 권력의 탄압과 학살에 저항한 도민과 시민들에게 이데올로기 혐의를 씌워 그 기억을 계속 억압하며 왜곡한 역사라는 점에서 닮았다"며 "이 전시가 예술저항의 의미와 깨어있는 의식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전시는 7월 17일까지. 아트스페이스·씨 지하 공간에는 5·18 역사와 영상자료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 개방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의 745-3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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