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식이 지각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자 등교거부를 한 그레타 툰베리가 올해의 인물이 되는 동안, 난 그저 내 일을 하는데 바빴다. 옥스퍼드 사전이 2019년의 단어로 기후비상을 선정하는 동안 난 여전히 내 일을 하느라 바빴다. 신년에 미술잡지의 특집기사로 블랙오일을 거절하는 유럽 작가들의 퍼포먼스를 다뤄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학술대회에선 기후위기와 미술에 대한 발제를 요청받았다. 내가 먼저 움직이기 전에 세상이 모두 기후위기를 체감하라고 숙제를 던져주고 있었다. 기상이변이 분명한 크리스마스와 설날을 말 그대로 따뜻하게 보내면서 난 세계의 작가들이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해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는지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작가들이 얼마나 진즉에 위기의식을 체감하며 작품과 활동으로 세상에 메시지를 던져왔는가를 배웠다. 그리고 가깝게는 제주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 닿은 건 바다의 산호에 시선을 둔 활동이다.
마가렛과 크리스틴 버트하임 쌍둥이 자매는 2003년 IFF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 '쌍곡선 코바늘뜨개질 산호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과학자인 마가렛과 조형예술대학 교수인 크리스틴이 고안한 이 프로젝트는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 해양생물을 주제삼아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점점 사라지는 산호들을 전통적으로 여성들의 가내수공업이었던 뜨개질 방식으로 재현했다. 뜨개질을 전문으로 하는 이도 아니고, 전문 작가도 아닌 이들이더라도 취지에 동감하는 이들 누구라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만 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해 뜨개질로 산호초 오브제를 만들었고, 여러 미술관에서 전시했다. '독성의 산호'는 플라스틱 비닐과 뜨개질을 섞어서 만든 산호 오브제다. 더 발전된 형태로 쓰레기와 기후위기를 논한다. 이 작품들은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했다. 쓰레기로 만들었지만 그 결과물이 아름다워 미술관에 놓여도 이질감이 전혀 없다. 오히려 압도적으로 시선을 끈다.
다양한 지역에서 자발적인 환경운동 단체들이 이 취지에 동감하며 지원사격을 했다. 환경과 생태에 관심이 많은 이주예술가들이 많은 제주에서도 비영리단체 '제주생태프로젝트 오롯'이 조직됐다. 버트하임 자매와 같은 방식으로 일반인들이 모여 환경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산호뜨개를 했다. 환경과 생태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환경파괴 상황이 지속될 경우 2100년이면 산호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경고한다. 산호들이 군집을 이루는 산호초는 바다의 열대우림이라 불릴 만큼 많은 생물들이 서식하는 곳이자 바다의 산소공급원이다. 산호초가 사라지면 해양 생태계의 균형도 깨지게 된다. 오롯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각각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진 산호를 모아 산호초를 만들어 전시하면서 제주바다를 넘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들 모두 자기 일을 멋지게 해내면서 가뿐하게 환경운동도 해내고 있었다. 한 땀이 뜨개질이 그저 한 땀의 뜨개질이 아니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나도록 해주던 뜨개질이 이젠 뜨개산호를 통해 바다의 온도를 낮추길 기원하고 있다. <이나연 독립큐레이터·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