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철의 목요담론] 산수국, 예측 불가능성과 우연의 미학

[양상철의 목요담론] 산수국, 예측 불가능성과 우연의 미학
  • 입력 : 2025. 06.19(목) 03: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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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요즘 수국철이다. 산수국은 제주에서 '도채비고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는 산수국의 변화무쌍한 색깔이 변덕스러운 도깨비 마음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산지의 습한 그늘진 곳에 자생하며 한라산의 경우 해발 200m에서 1400m까지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수국은 진짜 꽃과 가짜 꽃이 있는데 화려한 헛꽃(가짜꽃)이 곤충을 유인해 진짜 꽃의 수정을 돕는 역할을 하는 특성이 있다.

얼마 전 전시제호를 쓴 인연으로 '한라산 산수국전'의 초대를 받았다. 산수국은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치장한 꽃잎이 유별나게 다채로워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 그루의 산수국이 해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느낌이다. 그래서 산수국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미적 성찰을 가능케 한다.

산수국은 해마다 어떤 색으로 꽃이 필지 예측할 수 없다. 주변 토양의 산성도라는 환경적 요인에 따라 꽃 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토양이 산성이면 푸른색, 염기성이면 붉은색, 중성 또는 혼합 토양에서는 보라색·흰색 등 여러 혼합색으로 피어난다. 산수국은 환경과 상호작용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예술도 시대의 정신과 사회, 문화, 기술, 경험 등 환경에 작용하며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는 환경에서 영감을 얻어 관습에 도전하며 새로움을 찾는다.

새로움이란 자기 성찰과 지속적인 진화를 통한 창조적 행위다. 예술가는 매일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며, 기존 작품의 한계를 넘어설 방법을 모색한다. 이러한 본질적 변화에 대한 열망은 수국의 식물학적 렌즈를 통해 은유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술 창신에서 다양성과 변화는 핵심적인 가치다. 이는 예술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가능하게 하며, 더욱 풍요로운 예술 세계를 구축한다. 산수국도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양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촘촘하게 밀집된 진짜 꽃과 화려하게 펼쳐진 헛꽃의 형태는 방대하고 끊임없이 확장되는 예술의 스타일적 스펙트럼과 닮았다.

산수국을 키우는 사람은 예술가가 새로운 미지의 영역으로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변화의 시간을 기다린다고 한다. 새로운 색의 발현을 기대하며 조바심 속에 정성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변화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이나 예측 가능성을 뛰어넘는 예술 창신의 핵심 원리다. 예술가가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성과 찰나적 영감에 반응해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산수국도 예상치 못한 우연성으로 꽃을 피워 놀라움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생성과 변화의 우연한 과정 자체가 예술의 미학적 생명력을 유지시킨다. 결국 예술은 산수국처럼 예측 불가능한 우연성으로 지평을 넓힌다는 것이다. 산수국전을 보며 우연의 미학 하나를 배웠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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