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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의 詩(시)로 읽는 4·3] (33)통점-이종형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1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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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쟁쟁한 8월 한낮

조천읍 선흘리 산 26번지 목시물굴에 들었다가

한 사나흘 족히 앓았습니다



들짐승조차도 제 몸을 뒤집어야 할 만큼

좁디좁은 입구

키를 낮추고 목을 비틀며

낮은 포복으로 엉금엉금 기어간 탓에 생긴

온몸이 욱신거리는 통점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가 빠진 그릇 몇 점

녹슨 뚜껑들과

철모르는 아이의 발에서 벗겨진 하얀 고무신이

그해 겨울

좁은 굴속의 한기(寒氣)보다 더 차가운 공포에

시퍼렇게 질리다

끝내 윤기 잃고 시들어간, 거기



그 서늘한 증거 앞에서라면

당신도 아마

오랫동안

숨이 막혔을 것입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처럼

사나흘 족히 앓아누웠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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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소개(疏開) 이전부터 학살이 자행되자 선흘(善屹) 주민들은 선흘곶 등으로 피신하기 시작했다. 군인과 경찰, 서북청년단의 산악지역 수색작전에 발각되어 결국에는 총살이다. 토벌대원들이 들이닥치자 주민들은 곶자왈 내 자연동굴로 숨어들었다. 도톨굴(반못굴), 목시물굴, 밴뱅듸굴, 대섭이굴 등이 은신처가 되었다. 1948년 11월부터 1949년 2월까지 약 4개월 동안 벌어진 강경진압 작전 때 대부분의 중산간마을이 불에 타 사라지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주민들을 총살하였다.

1948년 11월 21일 선흘 마을은 불길에 휩싸였다. 제9연대 군인들이 텅 빈 마을에 불을 지르고 돌아간 뒤 숨어있던 주민들에게 소개령이 전해졌다. 그러나 숨어있던 주민들은 굴이 하나둘 발각되기 시작하면서 대대적인 희생을 치르게 된다. 도톨굴, 목시물굴, 밴뱅듸굴, 대섭이굴 등지에 숨어있던 주민들은 토벌대에 의해 발각되어 현장에서 수십 명이 희생되었고 나머지는 함덕대대본부로 끌려갔고, 그들 중 다수 주민들은 서우봉이나 억물 등지에서 총살당한다. 또한 함덕·조천 등지로 피난 간 주민들도 도피자 가족이란 이유로 함덕리 모래밭 등지에서 희생을 치른다. 도틀굴(11월 25일), 목시물굴(11월 26일), 밴뱅디굴(11월 27일)이 잇따라 발각되어 주민들은 대부분 강경진압작전 초기에 억울하고 원통하게 죽어갔다. 그 후 군인들은 총살을 면한 주민들을 GMC차량에 태우고 함덕 대대본부로 돌아갔다. 이들 중 일부는 고문에 못 이겨 마을주민들이 피신해 있는 벤뱅디굴 등을 안내한 후 총살당했고, 억물에서도 15여명이 집단으로 죽임을 당했다. <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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