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제주 향료산업 육성을 제안해 본다

[한라칼럼]제주 향료산업 육성을 제안해 본다
  • 입력 : 2017. 08.22(화) 00:00
  • 이남호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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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 가을에 세계 향료산업의 선진지인 프랑스 그라스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지역의 허브농장, 향료협회, 향료회사, 연구소와 니스대학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그라스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인 니스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산업도시이다. 1900년 이전부터 향료산업이 발달하여 향료의 세계적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그라스의 첫 인상은 언덕이 많아서 평범한 농사에는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대신에 지중해의 온화한 기후를 바탕으로 언덕배기에 농작물 대신에 라벤더, 쟈스민, 장미 등의 허브를 재배하여 천연향료를 추출하고 산업화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원물인 허브가 인도, 아프리카 등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어서 그라스지역 재배면적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라스는 세계 향료시장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의 향료산업 발전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선진기업과 더불어 인력과 기술에 있다. 지금도 축적된 노하우를 배우기 위하여 전세계 향수전문가들이 이 지역으로 모이곤 한다. 그라스 지역을 견학하면서 청정 제주의 미래산업으로 향료산업을 머리에 그려 보았다.

향료(퍼퓸)는 크게 식품 향신료(플레이버)와 화장품 향료(프래그런스)로 분류된다. 천연향료와 합성향료를 합쳐서 현재 산업적으로 5000종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2015년 세계 천연향료 시장은 3조7000억원 정도이며 앞으로 연평균 6.5%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향료 시장은 2015년 기준 2100억원으로 추정되며 식품과 화장품 분야로 양분되어 있다. 천연향료는 대부분 정유(에센셜오일)가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정유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천연향료는 오렌지유, 레몬유 등의 시트러스 계열 원료이다.

제주도에서 전략적으로 육성되는 바이오산업은 청정헬스푸드, 물응용산업 그리고 뷰티향장산업이다. 나는 이러한 분야와 더불어 향후 차세대 바이오분야 산업으로 향료산업을 제안해 본다. 향료는 제주도에서 현재 생산하는 식품과 화장품에 반드시 요구되는 필수 첨가제이다. 제주 고유의 향이 첨가된다면 제주 바이오제품의 경쟁력이 상승할 것이다. 또한 제주도는 아열대성 기후와 환경으로 천연향료 자원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감귤을 기반으로 하는 시트러스 향료이다. 그리고 향기자원인 허브식물을 재배함으로써 향료 원물을 공급할 수도 있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데에 가장 큰 문제점은 관련 기업이 없거나 영세하다는 데에 있다. 기업이 없으니 당연히 전문가가 부족하고 기술력이 확보되어 있지 못하다. 이것은 앞으로 정책적 지원을 통하여 극복해야할 문제이다. 산업정책을 잘 입안하여 구체적 액션플랜을 제시하고 도외 기업이 유치되도록 하여야 한다. 창업이나 업종전환을 통한 도내 기업 육성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가 주도하는 제주특별법 제1조에 환경친화적인 도시 조성이라는 목적이 명시된다고 한다. 앞으로도 제주도는 환경을 유지보존하며 발전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찾아야 한다. 향료산업은 이에 매우 적합한 산업이다. 언덕배기 빌레를 비롯한 제주의 곳곳이 일년 내내 형형색색의 꽃들로 뒤덮여 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하물며 그 꽃이 향료산업의 소재가 되어 산업적으로 활용된다면 금상첨화이다. 이런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앞으로 10년 이상의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향료산업이 후손들을 위한 제주의 미래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이남호 제주대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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