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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본성과 소나무
2018-08-13 14:17
김황재 (Homepage : 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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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본성과 소나무

사단법인 탐라역사연구회 제주항일운동연구소
소장 김 황 재

제럴드 에델만(Gerald M. Edelman)은 197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뇌 과학자이다. 그는 뇌의 역할을 의식의 본성에 두고 1차와 고차의식으로 나누어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규명하였다. 고차의식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새로운 쌍방적 경로가 발달하고 이 회로를 통해 개념적 지도(mapping)와 상징적, 의미론적 참조를 담당하는 영역 사이의 신호의 재유입이 가능해졌으며, 언어가 출현하면서 인간은 자신을 의식하고 과거, 미래 사회적 자아에 관련된 풍부한 개념들이 쏟아져 나왔다. 비로소 의식은 더 이상 기억된 현재에 제한되지 않고 의식에 대한 의식함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반면에 1차의식은 가진 동물은 자각이나 의식적인 계획은 기억된 현재로 제한되므로 과거에 대해 명시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을 갖지 못하며, 먼 미래를 위한 광범위한 계획을 세울 수도 없고, 구체적으로 명명할 수 있는 사회적 자아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인간은 고차의식의 진화에 의거해서 우리는 우리가 언어적 존재, 역사적 존재임을 과학적으로 말할 수 있다.
소나무는 솔과 나무의 합성어로 나무의 우두머리라는 뜻이며 한자로는 '松‘이라 하는데 진시황제가 길을 가다 소나기를 만났는데 소나무 덕으로 비를 피할 수 있게 되자 고맙다는 뜻으로 공작의 벼슬을 주어 목공(木公) 즉 나무의 공작이 되었고 이 두 글자가 합하여 송(松)자가 되었다고 한다. 소나무는 한민족의 수호신이며 우리 역사의 근원이며 민족수(民族樹)이다. 단군은 소나무에 홍익인간의 이념을 새길 만큼 하늘의 뜻이 인간의 마음에 닿는 신성의 표상이었다. 그런 연유로 고구려 수도를 ‘솔뫼’라고 불렀고, 고려도 수도를 송도라 하였다.
우리 민족은 소나무로 지은 집에 태어나 생 솔가지를 꽃은 금줄 안에서 보호받았고, 솔잎을 태워 끓인 국밥을 먹은 산모의 젖을 먹고 자랐다. 아이가 자라면 우거진 솔숲이 놀이터가 됐고, 봄마다 물오른 솔가지를 꺾어 껍질을 벗겨낸 뒤 송기를 갉아먹으며 유년의 봄을 건넜다. 소나무 뿌리는 구황식품으로 춘궁기를 견디는 힘이었고, 솔가지는 귀중한 땔감이었다. 죽을 땐 소나무로 만든 관에 누워 묻히면 묘지 둘레나무로 소나무를 심어 결국 소나무의 거름이 된다. 이렇듯 시간이 피었다 스러지는 공간 속에서 소나무는 우리의 삶고 죽음을 잇는 영원의 나무이며 한민족의 기상을 이뤄 온 멋과 풍류, 소나무의 늘 푸른 자태와 꿋꿋한 정신을 이어왔다. 온갖 역경 속에서 푸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꿋꿋한 절개와 의지를 나타내는 표상으로 사육신 성삼문이 사형에 임하면서 “獨也靑靑하리라”라고 푸른 솔잎 같은 절개와 지조의 충절을 읊조렸다. 만주 벌판을 누비며 독립전쟁을 치렀던 독립투사들이 쉬어간 북간도 용정 땅 ‘일송정(一松亭) 고개’를 배경으로 만들어져 불리는 ‘선구자’는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데 충분하다. 일제가 이곳을 폭파하고 독약을 넣어 소나무를 고사시켜 민족정기를 말살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뜻있는 분들이 이곳에 소나무를 심고 정자를 복원시켰다고 한다.
애국가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하고 노래하는 것은 국난극복을 해 나가는 강인한 의지를 말하는 것으로 온 국민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을 만큼 우리 민족의 기상과 정서를 길러온 나무이다.
소나무는 검붉은 비늘로 몸을 단장하고 굽어 몸서리치듯 올라간 줄기에서 아름다움의 정취와 절정을 느낄 수 있다. 즉, 완전한 형체를 갖추고 자연 그대로 무질서 하게 자랄 때 그 멋과 정취가 살아 있게 되는 것이다. 소나무는 정중하며 엄숙하고 과묵하며 고결하며 기교가 없고, 고요하며 항상 변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잘 어울리는 까닭에 우리 민족의 심성을 사로잡아 왔다. 소나무는 천년을 견디는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거대하게 자란 노목은 장엄한 모습을 보이고, 줄기·가지·잎 모두에서 자연그대로 일 때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내며, 항상 푸른 기상은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곧 제73주년 광복절이다. 삼일절과 함께 매년 이날에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그러나 이 날이 지나면 금방 다른 이슈에 묻히고 만다. 제주 항일운동의 성지 조천 미밋동산에는 일백 년 동안 꿋꿋하게 자라온 소나무가 수십 그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소나무들은 김장환 김시범 김시은 등의 주도로 조천주민 수백 명이 질러댄 “대한독립만세!” 1919년 제주 3·1운동의 함성을 기억하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조천만세운동의 우렁찬 함성을 기억하던 이 낙락장송 군락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이미 수십 그루가 고사하고 남은 몇 그루마저 ‘공원관리’라는 해괴한 명목으로 무참하게 잘려나간 상태이다. 필자가 근무할 당시 이미 주차장 동산 소나무 군락이 어떤 직원이 가지치기라는 명목으로 수 천 만원의 혈세를 들여 무참하게 마구 잘라 흉측한 몰골로 죽어가고 있었다. 이어 미밋동산의 소나무마저도 손대려 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반대하여 겨우 살려 놓았다. 그러나 필자가 퇴직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은 무참하게 잘라내어 버렸다. 이 소나무들은 조경 목적으로 인공 식재된 나무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 자라서 수백 년을 제주도민과 함께했고 조천만세운동을 기억하는 성스러운 역사의 타임캡슐 같은 나무였던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는다고 전국 명산에 쇠말뚝을 박아 놓아다는 사실을 그들은 인식하고 있을까?
역사의식이 결여된 관리 차원은 단순히 나무를 자른 것이 아닌 민족정기에 스스로 단절하는 행태에서 1차의식에 허우적거리는 뇌를 작동시켜온 그들은 의식의 오류인가 결여인가! 무참히 잘려나간 소나무 마디마디에는 독립투사들이 흘린 굵은 핏방울 같은 송진이 무참히도 흐르는 모습을 볼 때 광복절을 앞둔 항일역사가인 필자는 자괴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2018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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