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제주까지 이어지는 바다의 맛 [제주愛]

인천에서 제주까지 이어지는 바다의 맛 [제주愛]
[2025 제주愛 빠지다/ 제주 이주 N년차 이야기] (3) 송도옥 여성빈·차혜진 부부
한 달 살기 후 잘나가던 식당 정리하고 제주행
제주 특색 살린 고등어덮밥·성게비빔면 ‘인기’
익숙해진 제주생활 “서로 맞춰가는 과정 필요”
  • 입력 : 2025. 07.22(화) 17:20  수정 : 2025. 07. 23(수) 16:31
  • 오소범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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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용담동 송도옥의 여성빈(오른쪽)·차혜진 부부. 오소범기자

[한라일보]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시메사바동(고등어덮밥)과 녹진하고 풍부한 맛의 우니소바(성게비빔면)가 명물인 제주시 용담동 '송도옥'은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천 송도의 유명한 식당이었다.

여성빈(54)·차혜진(52) 부부는 그 당시를 떠올리면 장사는 너무 잘됐지만 점점 몸이 버티기 힘들었다고 추억했다. 여성빈 씨는 "당시 가게가 바쁘다 보니 이렇게 하다가는 진짜 쓰러지겠구나 싶었다"며 "잠시 쉬려고 서귀포시 대평리에서 한 달 살기를 시작했는데 그 경험이 너무 좋아서 아예 제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부부는 송도의 가게를 정리하고 제주에서 '송도옥 시즌2, 제주살이'를 오픈했을 때만 해도 "송도에서 너무 장사가 잘됐기에 제주에서도 잘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자신만만했었다.

여성빈·차혜진 부부가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오소범기자

하지만 부부가 처음 가게 문을 열고 맞이한 제주살이는 생각보다 순탄치 못했다.

여성빈 씨는 "정말 쉽지 않았다. 처음 1년 6개월 동안은 송도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매출이 나와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힘든 시기에 감사하게도 송도 시절 맺은 단골들이 제주까지 찾아와 큰 힘이 됐다. 당시 매출의 절반이 송도 단골들이었다"고 추억했다.

지금은 이런 힘든 시기가 무색하게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맛집으로 유명해져 점심시간이면 가족단위 손님과 관광객들로 가게가 북적인다.

제주 특색을 살린 송도옥의 대표 메뉴인 시메사바동과 우니소바에는 요리에 대한 부부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송도옥의 대표 메뉴 '우니소바'. 오소범기자

생물 고등어를 직접 손질해 소금과 식초에 절인 시메사바는 비린맛 하나 없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매력적이다. 간장·성게·김의 조화가 뛰어난 우니소바는 다소 비싼 가격이 아깝지 않은 맛이다. 생선 손질부터 기본적인 양념까지 부부의 손길이 안 들어간 곳이 없다.

제주 이주 3년 차인 부부는 "처음 제주에서 된장 베이스의 냉국과 물회를 먹었을 때는 육지와 다른 맛에 적응을 못했는데 이젠 찾아서 먹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제주의 맛과 생활에 익숙해졌다.

부부는 "지금은 아라동에 거주하며 오늘은 동쪽, 내일은 서쪽으로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제주는 기본적으로 맛집이 많지만 능력 있는 젊은 친구들이 내려와 차린 식당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렇듯 제주 생활이 익숙해진 부부이지만 아직 제주토박이들과는 친해지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궨당 문화를 듣기만 하다 처음으로 겪었을 때 좀 당황했었다. 종종 제주사투리가 주는 투박함에 마음이 상하는 일도 있다"며 "누군가의 문제는 아니라 서로서로가 맞춰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인천의 송도옥을 넘어 제주의 송도옥으로 자리 잡고 있는 부부는 제주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지금까지의 사회적인 통념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원래 기준을 가지고 제주에서 생활하면 시작부터 힘들 수 있다.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제주와 한결 가까워질 수 있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뚜렷하게 있는 사람에게 제주는 정말 매력적인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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