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을 하는 노예찬 씨. 박소정기자
[한라일보] 대전에 살던 노예찬(31)씨는 1년여 전 제주로 왔다. 대전에서 지역과 청년들을 위한 일을 해오던 그에게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대전이 아닌 지역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 그는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여러 지역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제주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 그렇게 그의 제주살이는 시작됐다.
사실 그는 제주에 '맨몸'으로 왔다. 회사 출근을 위해 일주일 만에 제주에 정착을 완료해야 했기에 제주행을 위해 무언가 진득하게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은 생략됐다. 비행기나 배를 타고 짐을 옮겨야 하는 이사과정은 녹록지 않았고 회사 근처 원룸을 구하는데 생각보다 비싼 월세에 '제주에서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겠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던 그였다.
그러나 제주에서 주어진 새로운 영역의 일을 하며 그의 마음이 조금씩 달라졌다. 대전에선 도시재생지원센터 마을자원조사 연구와 청년공간을 거치며 대전이라는 지역과 그 지역의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수행하고 방향성을 고민해 오던 그에게 제주에서 주어진 역할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기반팀에서 제주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도와주는 일이었다.

제주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을 하는 노예찬 씨. 박소정기자
제주센터가 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함께 수행하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은 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육성시켜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발돋움하게 기반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업으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주 서쪽의 카카오패밀리나 탑동에 팝업스토어를 마련한 귤메달, 푸딩으로 유명한 우무, 블루메베이글, 서귀포의 올레 여행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주)간세 등 모두 이 사업과 함께했던 기업들이다.
그가 이 일에 합류한 지난해 7월 이후에도 배러댄서프, 제주곶밭, 와이제이컴퍼니 제주어묵, 푸른콩방주, 라바르, 제주로부터 등 여러 기업들이 발굴됐다. 그 속에서 뿌듯했던 순간도 있었다. 이들 기업 중 전국 로컬페스타에서 와이제이컴퍼니의 제주어묵과 제주로부터가 전국 로컬페스타에서 각각 전국 1·2위를 기록해서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지역의 소상공인들을 로컬크리에이터로 육성해 지속가능한 로컬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인 사업이에요. 흔하게 이야기하는 예시로는 대전의 동네 빵집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으로 성장한 '성심당' 같은 사례가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올해도 로컬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일을 그대로 맡고 있는데, 개성 있고 제주적인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많이 함께하고 있어서 일하는데 높은 만족도를 느끼고 있습니다."

제주창조경제센터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 활동 모습 .
다만 그는 제주살이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같이 전했다. "제주도의 자원은 정말 아름답고 풍족합니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름다움에만 매료돼 무언가를 시작한다면 '내가 생각했던 제주도가 아닌데'하는 생각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실망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모습의 제주가 있는지 더 살펴보고 결정한다면 더 오랫동안 마음에 드는 제주살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타 지역에 사는 지인들이 제주에서의 삶을 부러워하지만 실제 제주생활은 일반적인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좋은 점은 제주만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빠르게 보러 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제주도는 조금만 걸어가도 돌담길이 나오고, 해안도로가 나오고, 오름을 오를 수 있다는 부분이 어떤 도시에서도 느낄 수 없는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제 취미는 사진 찍기와 글쓰기입니다.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여러 아카이브북을 제작한 경력으로 제주살이를 하면서 책 한 권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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