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중국은 현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힘찬 항해를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력의 신장과 함께 해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중국은 해양국가임을 표방하고, 2013년 전후로 '해양강국 건설'과 '해상실크로드' 구축이 포함된 '일대일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의 해양강국 건설을 향한 공개적이고 강력한 의지 표명은 국가안보정책 및 전략에 큰 변화를 불러오게 됐다. 바로 남·동중국해 및 서해가 중국의 해양강국 건설 정책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중심축으로 부상했으며, 이들 해역에 대한 도서영유권과 해양관할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중국의 핵심이익이 됐다.
문제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안보환경을 보장하고, 평화발전이라는 기본노선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해상굴기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다. 중국은 이러한 국가전략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바로 회색지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회색지대 전략이란, '국가가 평화와 전쟁 사이의 작전적 공간에서 현상변경을 목적으로 군사적 수단· 준군사적 수단 및 비군사적 수단을 활용해 모호하고 점진적인 방법으로 전통적 군사 대응을 촉발하는, 임계점 이하에서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수행하는 일련의 노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보다 쉽게 설명하면 이 전략은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인 방법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전략을 구사하는 국가의 의도를 인지하기 어려우며, 인지하더라도 너무 늦어서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의 국가에서는 회색지대 전략의 위험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해서 초기에 대응이 매우 부실할 수밖에 없으며, 이후에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중국의 해양강국 건설을 위한 회색지대 전략이 가장 잘 적용되고 있는 해역이 바로 남중국해이며, 주변국인 베트남 및 필리핀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실효적 지배를 위해서 역사적 사실, 인공섬 조성 및 군사시설 구축은 물론 필요하다면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목적을 달성하려 하고 있다. 동중국해는 중국과 일본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위기까지 연계되어 분쟁이 더욱 고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서해나 이어도의 해양관할권 갈등은 어떨까?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은 남·동중국해와 비교해서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미 적용 중에 있다. 이러한 판단이 가능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최근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 수역에 철제 구조물을 설치한 것이 바로 이러한 회색지대 전략의 전통적인 수법이다.
초기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계획된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뒤늦게 위기를 느끼고 뭔가 해보려 할 때는 이미 늦은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남동우 해군협회 연구소장·예비역 해군 준장>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