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세가족' 경찰 업무따라 소속도 달라요

'한지붕 세가족' 경찰 업무따라 소속도 달라요
경찰청장, 국가경찰만 관장…자치경찰은 시도경찰위 지휘
"경찰개혁 원칙 사라져…권한 분산·견제 무시" 비판도
  • 입력 : 2020. 12.03(목) 20:47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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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전경.

경찰청 전경.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경찰법 개정안은 기존의 경찰 조직을 국가경찰·자치경찰·수사경찰로 업무에 따라 나눠 별도로 지휘 등 관리를 받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공룡 경찰'이라는 지적을 받을만큼 비대해지는 경찰 권력을 분산·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시행되는 내년 1월 1일에 맞춰 경찰 조직이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 자치경찰 일원화 모델 확정…노숙인·주취자 업무 제외

경찰 조직은 경찰청장 지시를 받는 국가경찰, 시·도지사 소속의 독립된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관리를 받는 자치경찰, 국가수사본부장 지휘·감독을 받는 수사경찰로 나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지난 7월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대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등이 사실상 함께 업무를 보도록 한 일원화 모델로 확정됐다.

결국 경찰 내부의 지휘·감독 체계는 현재와 달라지지만, 경찰의 치안 서비스를 받는 국민 입장에서는 변화를 즉각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재정 투입에 부담이 큰 가운데, 자치경찰 조직을 별도로 신설하는 이원화 모델을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국 13만 명의 경찰이 기존의 건물에서 함께 근무하되 업무 영역에 따라 소속과 지휘·감독자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자치경찰은 관할 지역 내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생활안전, 교통, 학교폭력 업무, 다중 운집 행사의 안전관리 등을 담당한다. 국가경찰은 정보, 보안, 외사, 경비 등 임무를 맡는다.

당정청이 마련한 방안에 담긴 자치경찰의 사무 중 `지역 내 노숙인·주취자·행려병자에 대한 보호 조치 관련 업무'는 행안위 논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해당 업무는 여러 법률에서 지방자치단체 업무로 규정돼 업무 중복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일선 경찰관 사이에서는 해당 업무가 지자체에서 자치경찰로 전가되면 경찰이 국민 안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 경찰청에 국수본 설치…경찰청장, 구체적 지휘 못해

경찰 업무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수사는 신설되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담당한다. 국수본은 경찰청 산하 조직으로, 본부장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이 맡는다.

이에 따라 기존의 경찰청 차장, 서울·부산·경기·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을 포함해 치안정감 자리가 7개로 늘어난다. 경찰이 아닌 외부 인사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용될 수 있다.

권력 분산의 취지에 따라 경찰청장은 국수본 수사에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다. 다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의 수사'에 대해서는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경찰에 속하는 정보경찰의 임무는 기존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에서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로 수정됐다.

치안정보의 개념이 모호해 정보경찰이 월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경찰공무원법은 경찰이 정치정보를 수집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일반 공무원과 같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 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 등 경찰 견제 장치 빠져

이날 국회 행안위를 통과한 법안들을 놓고 '경찰 개혁의 원칙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경찰권을 견제하겠다며 나온 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 경찰위원장의 장관급 격상, 독립적 감시기구인 '경찰 인권·감찰 옴부즈맨' 설치 등의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경찰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는 2017년 11월 경찰행정 심의·의결기구인 경찰위원회를 경찰 고위직 인사권과 비위 경찰 감찰요구권 등 대폭 강화된 권한을 보유한 실질적인 경찰 통제기구로 탈바꿈하는 내용의 `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1991년 경찰법 제정과 함께 설치된 경찰위원회는 그동안 경찰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경찰개혁위는 행정안전부 소속인 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두고, 차관급인 경찰위원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도록 제안했지만, 이런 내용은 이번 법안 심의 과정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앞으로 경찰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아 권한이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들이 법안에서 대부분 제외된 것이다.

경찰개혁네트워크와 국회 행안위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 양당이 경찰개혁의 원칙과 방향인 경찰 권한의 분산과 견제, 민주적 통제 장치 강화를 무시한 채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비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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