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호의 현장시선] 아라비아 상인과 앵도호 그리고 조달청 ‘벤처나라’

[박양호의 현장시선] 아라비아 상인과 앵도호 그리고 조달청 ‘벤처나라’
  • 입력 : 2019. 11.08(금)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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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高麗史)의 기록에 따르면 고려 정종(靖宗)은 당시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한 불교행사인 팔관회(八關會)에 그 전과는 다르게 다른 나라 상인들의 참여를 허락했다. 여진·말갈의 사신과 더불어 송나라와 멀리 아라비아 대식국(大食國:사라센 제국)의 상인들까지 참여해 고려왕실에 토산물을 바치고 고려 상인들과 교역이 활성화된 시절이 있었다.

대식국의 상인이 다녀가고 900년이 지나 1948년 2월 '앵도호(櫻桃號)'가 부산항을 떠나 홍콩과 마카오로 향했다. 앵도호는 해방이후 처음으로 태극기를 달고 수출에 나선 최초의 해외무역선으로 기록되고, 싣고 간 수출품은 건어물과 한천(寒天, 우뭇가사리 일종)이었지만 현지 시장개척을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전해진다. 이 두 가지 기록의 공통점은 국제무역이라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수출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초 인류기업들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현재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무역분쟁, 무역보복조치 등 수출구조의 급변과 과거 중소기업 보다 대기업 위주의 수출실적, 특정 제품군, 몇몇 대상국가에 과도하게 집중된 경향이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위기가 기회'라고 정부와 기업들이 수출다변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고, 연간 9조5000달러 규모의 해외 조달시장은 아직까지도 블루오션이다.

이 블루오션을 빨리 잡기 위해 정부·공공기관 관계자 모두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혁신·신기술 개발업체들은 "신제품을 공공기관이 구매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판로가 없어 신기술을 해외에 팔거나 사장(死藏)된다"고 설움을 하소연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않는가?

조달청에서는 '실험실에서 시장으로(From the laboratory to the marketplace)'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창업·벤처기업들이 개발한 신제품이 공공시장에 구매되고, 또 실적을 통해 다수공급자계약(MAS)업체, 우수업체, G-PASS(Government Performance Assured)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국내 최대 공공조달 박람회인 '나라장터 엑스포'를 매년 개최해 전 세계 100명이 넘는 해외바이어 상담을 지원하고, 금년 5월에는 유엔조달시장 개척단을 파견해 중소기업 해외조달시장 진출의 초석을 다지는 한편 유엔조달 원스톱 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또한 창업·벤처기업도 공공조달시장에 쉽게 진입하여 판로를 확대해 나가는 조달청 '벤처나라'는 벌써 많은 창업·벤처기업들의 혁신성장의 기회와 희망을 주고 있다.

벤처나라를 통해 연매출액 7배 넘는 실적을 올린 기업도 있다. 아마 이 실적으로 설비투자와 고용을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또 신기술에 투자하는 등 지속적인 발전으로 과거 '앵도호'처럼 국민들을 설레게 하는 수출유망(G-PASS)기업이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미래의 성장 동력을 다지기 위해 더 다양한 'KOREA 브랜드 신기술 제품' 들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하고, 또 망설임 없이 구매해 더 큰 성장을 도와야 한다.

제주지역 정부·공공기관부터 창업·벤처중소기업들의 성장 사다리인 조달청 '벤처나라'의 애용을 기대해보며, 이를 통해 기업들의 신기술이 사장(死藏)되지 않고 더 발전돼 국가경제의 한 축이 되는 날을 꿈꿔 본다. <박양호 제주지방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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