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의 월요논단] 익어야 팔자

[현해남의 월요논단] 익어야 팔자
  • 입력 : 2019. 09.09(월) 00:00
  • 김도영 수습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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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점 성적을 받는 학생은 100점 받으려는 꿈을 꾸지 못한다. 90점 받는 학생은 100점을 받으려는 욕심을 낸다. 그래서 밤새며 공부하고 노력한다. 감귤 조수입은 지난 3년간 9000억원을 넘겼다. 1조원을 욕심낼 만하다. 100점을 목표로 노력하는 학생처럼 감귤농가도 노력하고 익은 감귤만 팔아야 한다.

올해는 감귤 점수를 잘 못 받을 것 같아 걱정이다. 비도 많이 왔다. 흐린 날도 많았다. 엊그제는 태풍 '링링'이 휩쓸고 지나갔다. 9~10월 달이 예년보다 날씨가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제주도농업기술원도 나무 당 열매 수도 많아지고 열매 크기도 커져서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당도는 작년보다 1 브릭스 이상 낮고 산 함량은 높다고 관측했다. 감귤농가 모두가 노력하지 않으면 도로 60점짜리 감귤 학생이 될 수 있다는 암시다.

감귤 가격이 하락되는 이유는 많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당도가 낮고 산 함량이 많은 저급품을 조기 출하하기 때문이다. 만연해 있는 '일찍 출하'하면 '높은 가격'을 받는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소용이 없다.

사과는 익은 것만 시장에 내놓는다. 8월에 시장에 나오는 사과는 조생종인 녹색의 아오리이다. 홍로는 9월이 되어서야 시장에 나온다. 만생종인 부사(후지)는 10월 중순이 되어야 수확한다. 사과는 품종마다 익는 시기에 맞추어 수확하기 때문에 생산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당도 때문에 소비자 입맛을 실망시키지는 않는다.

6월부터 시장에서 보이는 복숭아는 품종이 많다. 백도도 있고 황도도 있고 딱딱한 복숭아도 있고 말랑말랑한 복숭아도 있다. 모두 익어야 수확한다. 익기 전에 수확하면 동네 사람들에게 바보, 나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는다.

감귤은 다른 과일과 다르다. 단 맛과 신 맛을 모두 가진 과일이다. 당도가 낮고 신 맛이 강하면 소비자의 입은 한 번에 알아채고 외면한다. 그래서 감귤은 다른 과일보다 수확시기를 잘 지켜야 한다. 산북은 산남보다 춥다. 겉은 산남보다 빨리 익은 것처럼 보여도 속은 일주일 정도 늦게 익는다. 그래서 극조생 감귤은 산북이 산남보다 일주일은 늦게 수확해야 한다. 조생감귤은 11월 중순은 지나고, 황금향은 12월, 레드향은 1월, 한라봉은 2월이 되어야 제 맛이 난다.

제주도의 감귤정책 부서나 농업기술원은 속상하다. 설익은 감귤을 시장에 내놓아 가격을 하락시키는 것은 감귤농가인데 정책이나 기술을 탓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도둑질 해놓고 도둑 못 잡는다고 화를 내는 것과 같다. 감귤농가도 익지 않은 과일을 사 먹지 않듯이 감귤 소비자도 익지 않은 감귤은 절대로 비싼 가격에 구입하지 않는다.

덜 익은 감귤을 파는 이웃은 내 지갑의 돈을 훔쳐가는 아주 나쁜 사람이다. 손가락질하며 욕해야 한다. 농민단체, 감귤농가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출하 단속을 해야 한다. 덜 익은 감귤을 출하하는 농가는 감귤농사에 발을 들여놓게 해서는 안 된다.

올해 감귤은 익어야 팔자. 그래서 100점 받자. 1조원을 넘기자.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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