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림의 현장시선] 무엇이 제주를 살릴것인가

[고영림의 현장시선] 무엇이 제주를 살릴것인가
  • 입력 : 2025. 07.11(금) 01:00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탐라문화광장. 제주시 원도심에서 매번 거쳐 가는 이곳을 볼 때마다 왜 만들었을까 생각하곤 한다. 제주도정이 성급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드나드는 사람이 없는 이 공간이 생길 턱이 없었을 것이다. 제주 근현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던 건축물들이 파괴돼 버렸기에 이야기를 복원하는 노력을 해도 역부족이다. 사람들은 가끔 벌어지는 행사 때나 모일뿐이다. 생각이 짧았던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매우 좋은 사례가 됐다.

제주신항개발사업. 이 사업의 공청회와 사업설명회에 도민으로서 참여해 왔다. 황당한 상황을 여러 차례 목격해 왔기에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물음표를 지울 수 없는 사업이다. 제주도정이 내건 거창한 목표 중 하나는 크루즈 관광수요 해소로 설정돼 있다. 크루즈 관광객들의 숫자가 늘어날지는 모르지만 정작 숙박을 크루즈 내부에서 해결하는 그들이 제주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제주 제2공항사업. 지난 10년 동안 제주도민의 갈등과 혼란의 중심에 있는 이 뜨거운 감자는 언제쯤 식을지 답답할 뿐이다. 제주에 굳이 두 번째 공항을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 역시 더 많은 관광객 수용을 이유로 내세운 사업으로 등장한 지 오래됐다.

이 3개 사업의 공통점은 토목 개발이다. 원도심이건 신항이건 공항이건 관광객 숫자 늘리기를 목표로 했고 자연과 인문 생태계를 파괴하는 토목 개발로 귀결된다. 관광객 숫자에 매달리다 보면 전 세계적 문제로 등장한 과잉 관광(오버투어리즘)의 문제를 제주가 앓지 말란 법이 없다. 지속가능한 관광 산업, 고부가 가치 관광 산업 구조로 변신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거창하고 육중한 토목 개발 사업의 결과물만이 관광객을 불러오는 게 아니다. 토목 개발은 다양하다. 죽어가는 대상을 살리거나 이미 죽은 것을 복원하기도 하고 새롭게 만드는 문화예술 토목 개발도 있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함부르크의 엘브필하모니, 최근 개관한 부산콘서트홀의 공통점은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아름다운 토목 개발의 결과물은 고부가가치 관광 산업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제주도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외국의 선진 사례들을 그렇게 많이 보고 왔어도 이런 선진국형 토목 개발을 추진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때는 충분한 시간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하향식 추진 방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공부하라. 모르면 제대로 알고 나서 일하라.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지속가능한 제주를 물려주려면, 어리석은 일들을 그만 벌여야 한다. 현재의 토목 개발 정책들을 재고해야 한다. 무엇이 제주를 살릴 것인가. 지혜가 제주를 살릴 것이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15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