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의 문화광장] 신문은 살아있다

[이한영의 문화광장] 신문은 살아있다
  • 입력 : 2019. 02.12(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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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한라일보를 펼쳐보며 평소와는 다르게 희뿌연 미세 먼지가 걷힌 대기의 탁 트인 시야처럼 눈이 시원해짐을 느껴 놀라던 찰라, '새해를 맞이하여 오늘부터 신문 본문의 활자 크기가 기존의 9.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커졌다'는 공지를 읽고 그 놀람의 이유를 알았다.

대한안과학회의 '신문활자 및 행간간격의 확대가 시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에 따르면 신문활자 크기와 국민 눈 건강과의 연관관계는 매우 밀접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연유인지 2000년 이후 모든 신문사의 활자가 몇 년을 주기로 3%~5% 정도씩 확대되어왔다. 신문사마다 '독자들 눈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가독성을 높여 신문 읽는 재미를 한층 더 느끼도록', '신문의 열독률과 편집디자인의 시각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등 그 이유는 제 각각이지만 우리 모두가 체감하는 것은 신문 독자층의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활자 신문 독자의 고령화는 국가 인구 고령화 문제와 별개로 젊은 층이 활자신문을 접할 기회가 적다는 것에 그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컴퓨터 보급과 스마트폰 보급 그리고 일인매체의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쇄 매체인 신문의 보급률은 저조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도서관이나 관공서에 가면 비치된 신문을 정독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비록 전통매체의 이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지만 신뢰도와 충성도는 변치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제주도 취항의 저가항공은 아쉽게도 원가절감을 이유로 일체의 지역신문을 제공하지 않고 제주도 일급 호텔조차 지역신문은 비치목록에 빠져있다. 비행기, 호텔은 물론 관공서와 모든 공공기관에 신문 비치를 의무화하고 학교와 함께 신문을 활용한 교육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어떨까? 신문을 사랑하는 필자의 작은 새해 소망이다.

사실 한라일보가 새해를 맞아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활자의 크기뿐만이 아니다. 몇 일전부터 사설이 평어체에서 경어체로 바뀌어 필자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탈권의주의 시대의 흐름에 맞춰'라는 편집부의 친절한 설명에도 딱딱하고 강한 논조의 사설에 익숙해 있던 필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비슷한 변화의 예로, 1980년대 모든 서적이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를 전환된 시점에도 유독 신문만은 세로쓰기를 고수했었다. 1988년 5월 창간한 '한겨레 신문'은 당시 이 금기를 깨고 최초로 가로쓰기를 도입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당시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권력과 자본에서 자유로운 신문을 표방한 '한겨레 신문'이 기존 언론과의 차별화와 기존 권위를 거부한 표현으로 가로쓰기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한겨레 신문'의 이러한 도전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신문은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주역이었다.

생명체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살아있는 신문이란 아니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자와 Interaction(상호작용)하며 환경의 도전에 변화해야 한다. 신뢰받는 전통매체의 맏형격인 신문의 역할이 아직도 무궁무진한 까닭이다. <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장·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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