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6) 영암자비암~웃바메기삼나무숲~용암교~용암언덕~용암절리대~빌레지대~웃산전굴~웃산전못~용암협곡~북오름굴~북오름(10.37km)

[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6) 영암자비암~웃바메기삼나무숲~용암교~용암언덕~용암절리대~빌레지대~웃산전굴~웃산전못~용암협곡~북오름굴~북오름(10.37km)
  • 입력 : 2025. 10.10(금) 03:00  수정 : 2025. 10. 10(금) 06:47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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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3일 진행된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6차 참가자들이 용암교 앞에서 설명을 들은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라일보] 여름과 가을사이 연일 고르지 못한 날씨지만, 2025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6차가 진행됐다. 더위도 비도 자연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며 오늘의 일정을 시작한다. 안내자는 "용암대지 위에 형성된 숲과 동굴을 만나며 동굴 위를 걷는 여정"이라고 간단하게 오늘의 일정을 설명했다.

탐방 초입에서 에코투어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제주자연환경해설사협회 고정식 회장이 안전하고 즐거운 탐방을 격려하러 나왔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오늘의 안내자 김상연 해설사가 안내를 시작했다. 오늘의 안내자는 이곳의 지리를 잘 아는 여성 해설사다. 그녀의 눈빛과 태도에서는 굳센 의지와 깊은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이 마을의 설 촌 유래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처음 이곳에 터를 잡은 김해김씨가 설 촌 유래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화산섬 특유의 척박한 토양 때문에 예부터 이곳에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1960년대 말에는 도의 지원 사업으로 개척 농가와 양잠 단지가 들어섰지만, 환경적으로 맞지 않아 오래가지 못했으며 이주민들이 들어와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니, 당시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땅에서 오히려 잘 자라는 작물이 있었다. 바로 도라지였다. 화산 토양이 도라지 재배에는 최적지로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은 다시 이 땅에서 삶의 터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짧은 설명에도 주민들의 끈기와 적응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삼나무 숲길로 들어서는데 비가 온 뒤 위의 숲은 청량하고 산소창고 같았다. 가을의 전령사 극동귀뚜라미소리가 귀를 호강 하게 한다. 낮은 나뭇가지에 걸린 직박구리 둥지가 육추의 시기를 끝낸 듯 비와 바람에 헐거워진 모습이다. 삼나무 밑은 음지라 다른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데도 불로초인 영지를 비롯해 노린재동충하초와 양하 순이 수줍은 듯 잎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참가자들이 본격적인 탐방에 앞서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참가자들이 시원한 풍혈이 뿜어져 나오는 뱅듸굴 앞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금불초

달걀버섯

불로초(영지)

때죽나무(열매)

방울꽃

양하(순)



안내자는 삼나무숲이 1984년도 마지막 조림지임을 설명한다. 삼나무 사이사이에 돌무더기가 무엇인지 참여자들에게 묻는다. 원하는 답이 없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돌이 많은 척박한 땅에 농사를 지을 때 못 쓰는 돌들을 '머들'이라고 하는데 그때 일을 많이 해서 굵어진 팔뚝이라고 하며 내 보이자 참가자들이 씁쓸한 미소를 건넨다. 이어 안내자는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숲길을 걷자"며 고요한 숲을 이어서 걸었다. 이내 우레 같은 천둥번개소리가 정적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여기저기서 비옷을 입는 참가자들이 나왔다. 비가 후두둑 세차게 내린다. 비에 익숙한 일행들의 걸음이 빨라지고 뱅듸굴에 이르렀다. 안내자는 "뱅듸굴은 용암이 빠르게 흐르며 지하를 녹이지 못해 천정이 낮은 지형으로 여러 개의 지 굴로써 용암기둥이 70여 개 이상 된다"고 기술적으로 설명했다.

동굴내부에는 탄피(총알)와 그릇으로 쓰였던 도구들이 발견 됐는데 4·3당시 힘없는 주민들이 숨어들었던 곳임을 슬픈 어조로 설명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재촉하는 걸음으로 이어 1차 용암교를 지나 웃산전굴(몽쿨랑)에 이르렀다. 낯선 야영텐트가 설치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내자는 보전지역에 금지된 행위라고 사항을 설명하고 철거 조치를 권했다. 굴 아래로 내려가 보니 아찔하고 웅장하다. 한참을 머물러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와 대기류 현상으로 인해 시원한 자연의 에어컨을 누리며 서있다. 이곳저곳에서 셔터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린다. 자연이 경관 앞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북오름(동굴내부)

용암천정

용암교

암괴지형

웃산전(몽쿨랑굴)

웃산전못전경



안내자는 용암이 발원지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조건들을 강한 어조로 설명했다. 만년 전의 그 당시를 상상한다. 검은 오름에서 붉은 불기둥이 무너져 강물처럼 흐르며 여러 개의 동굴, 곶자왈을 만들며 김녕 만장굴이 있는 마을 해안까지 흘러가는 모습을. 우리는 동굴 위를 걷고 또 걸으며 여기에 서 있다. 가히 신이 주신 선물이다.

가늘어진 비 틈새에 안내자가 점심시간을 알린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도시락을 펼쳐놓고 그때 누군가가 장난스럽게 "오늘은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인가, 아니면 여우가 시집가는 날인가?"라고 말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 말에 쏠리더니, 이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그 웃음 속에는 피로와 긴장이 함께 녹아내렸고, 자연 속에서 함께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더 깊이 느껴졌다. 빗방울이 흩뿌리는 소리와 어우러져 평범한 점심시간이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짐을 제 정비하고 주어진 점심시간을 끝으로 웃산전 못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걸으며 몽쿨랑굴 이름이 의미가 궁금해졌다. "굴 주변에 구실잣밤 나무가 많이 서식하는데 그 열매가 동글동글해서 붙여졌다"고 경력자인 정희준 해설사가 자세히 설명했다. 아! 이름도 제주스럽다. 감탄하며 걷는 산전 들판은 노란 금불초가 만개하고 작은 들꽃들이 키 맞춤한다. 더워도 분명 가을은 오고 있었다.

가을 마중 가듯 걷는데 넓은 습지가 펼쳐진다. 수생식물이 가득한 습지를 보며 안내자는 습지의 생물들에 대해 설명 했다. "이 습지는 과거부터 오늘까지 우마들이 급수용으로 쓰여지고 있다"며 습지의 가치에 대해서 설명을 덧붙였다. 용암이 흐르며 판처럼 굳어진 지형은 비가 오면 습지가 되는 용암의 성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정자

길 건너에 있는 북오름굴과 북오름용암교를 향해 걷는다. 잠시 참았던 비가 크게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이 컴컴해지고 용암동굴 안은 밤처럼 어둡다. 빠른 안내가 이어지고 그 신비함에 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안내자는 비가 계속 내리는데, 남은 탐방을 이어갈지 여부를 두고 손을 들어 참가자들의 의견을 확인했고 과반수 이상의 의견이 모여 진행하기로 결정이 났다. 단체사진을 남기고 북오름굴을 향해 걸었다.

북오름굴은 낙반위험으로 입구가 철망으로 가려져 있다. 철망 넘어 보이는 북오름굴도 웅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과거 용암이 뿜어져 나왔던 북오름 분화구를 가로 질러 도로 앞 북오름 입구에 도착했다. 반복되는 비로 행색이 말이 아니다. 비가 오는데 설명을 줄이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낙오자 없이 안전하게 그 빗속을 뚫고 걸어 나온 일행들의 입가에 전우애가 느껴진다. 안내자는 "세계자연유산 가치가 있는 곳을 보존하고 기억하는 시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안전하게 따라준 참가자들에게 감사인사를 건네며 마무리했다. <글·사진 김정자/ 글 쓰는 자연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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