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5)5·16도로 수악교 정류소 - 수악 정상 - 둘레길 - 신례천계곡 - 수악주둔소 - 수악둘레길

[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5)5·16도로 수악교 정류소 - 수악 정상 - 둘레길 - 신례천계곡 - 수악주둔소 - 수악둘레길
물오름 숲길 따라 생태와 역사를 걷다
  • 입력 : 2025. 09.19(금) 03: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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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악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사진 김정자

삼나무 숲이 전해준 따뜻한 위로
화전터에서 만난 오랜 삶의 지혜
화생이궤에서 스민 간절과 먹먹함
수악주둔소, 4·3 영령 앞에서 묵념

[한라일보] 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5차가 진행된 지난달 25일. 절기상 여름의 끝자락을 알리는 처서다. 그러나 뜨거운 여름은 가을에게 자리를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30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자 안내자는 오늘 일정을 간단히 소개했다. 우리가 찾아가는 곳은 생태환경이 뛰어나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며, 근현대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동시에, 한때 표고버섯 재배지로도 활용됐던 특별한 공간임을 간단히 안내했다. 여기에서 '생물권 보존지역'이라고 하면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태환경이 뛰어난 곳으로, 자연 상태를 보존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는 지역을 말한다.

이동 차량은 한라산허리를 굽이돌아 녹색지대인 물오름 입구에 도착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내자는 5·16도로 개설당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길이 굽어져 있어 아리랑고개라고 불리기도 하며 인명피해가 많아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물오름 방향 숲 입구로 들어선다. 낙엽과 버섯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건강한 숲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듯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긴꼬리딱새 소리가 귀를 호강하게 한다. 번식주기를 맞춘 매미는 리듬을 맞춰 울어댄다. 어느덧 물오름 정상이다. 안내자는 물오름 이름 유래에 대해서 설명하고 주변에 펼쳐진 오름군을 설명한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한라산이 코앞에 있다. 이어지는 오름군은 미악산·선돌·이승이악·영천악·문섬·섶섬·범섬 등이다. 방향을 가리키며 조목조목 설명 하는데 오름의 왕국임을 실감하게 한다. 하늘은 푸르다 못해 푸른 물감이 흘러내릴 것처럼 청명하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5차 참가자들이 4·3 수악주둔소 외성에 모여 설명을 듣고 있다.

물오름을 내려와 신례천 방향으로 향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겨울딸기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병든 어머니를 위해 흰 겨울에 빨갛게 익은 딸기를 따다 드렸다는 동화 속 이야기가 생각나는 길이다. 이어진 삼나무 숲을 지나면서 산림자원에 대해 안내를 한다. "삼나무 숲은 70년대 녹화사업으로 심어진 인공림으로, 한남시험림이 대표적이다." 자연적으로 자생하는 나무인 올벗나무·졸참나무·소귀나무·말오줌때나무·황칠나무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또한 이곳은 제주도의 식물대 상 온난대성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며 전문가답게 설명을 이어 갔다. 특히, 황칠나무는 염료와 약제로서 진상과 조공에 올랐던 나무라고 덧붙였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데 현무암으로 축조된 화전터와 숯가마터, 버섯건조터 등이 이어진다.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옛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이곳들은 먹거리를 마련하고 연료를 확보하며 산림자원을 활용해 생계를 이어가던 당시의 지혜와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참가자들이 수악 정상에서 주변 경관을 둘러보고 있다.

참가자들이 신례천 계곡으로 가는 데크에 있다.

이어서 가파른 능선을 마주한다. 그다지 힘들지 않은 코스라고는 하나 꽤 힘들다. 쏟아지는 땀은 닦아 낼 틈도 없이 온몸을 타고 흘러내린다. 일행들은 꿋꿋이 정상을 향해 오른다. 힘들게 오르고 나서 잠시 휴식하고 계곡 방향을 향해 걷는다. 미끄러운 바위를 잡고 4족 보행 하듯 조심히 넘는다. 계곡 가장자리 그늘진 장소를 택해 도시락을 펼쳤다. 시원한 바람은 덤이다. 오아시스 같은 장소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아침 일찍 서둘렀음을 생각해 이른 점심이 시작됐다. 땀을 흘리고 여럿이 먹는 음식은 꿀맛이다. 식사를 마치자 안내자는 우리가 걷고 있는 임도 길에 대해 설명했다. "이 길은 한라산 8부 능선을 따라 이어진 길이며 표고재배를 재배하던 환상도로로, 버섯을 옮기던 길을 정비한 길이다"라고 안내했다. 버섯균이 잘 자라는 나무는 이곳에 서식하는 나무 중 '서어나무'가 으뜸이며 그 당시 전국 표고버섯의 80% 이상이 이곳에서 재배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계곡 주변을 둘러보며 탄소흡수가 뛰어난 붉가시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산검양옻나무 등 나무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안내자는 다른 안내자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이 장소에 어울릴만한 시낭송을 권했다. 계곡에 울려 퍼지는 소리에 분위기가 한껏 살아나고 박수가 터져 나온다. 시 구절은 민성기가 지은 '자탄가'로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4·3주둔소 내 솥단지

붉은사슴뿔버섯

으름난초

40여 분의 점심시간을 마치고 4·3 수악주둔소를 향해 발길을 옮긴다. 상록성 나무들의 우거진 숲 바닥은 어둡다. 하지만 버섯들이 화려하게 피어 시선을 멈추게 한다. 버섯 관찰을 즐기며 걷는다. 네로황제가 금 무게만큼 바꿔 먹었다는 달걀버섯, 버섯 갓을 찌르면 하얀 유액이 줄줄 터져 나오는 배젖버섯, 철사처럼 감겨 성장한 자주색솔점균, 맹독을 떨치는 붉은사슴뿔버섯 등 버섯 천국이다. 일행들은 신기한 버섯들을 보며 식용버섯에 대한 질문들을 쏟아낸다. 이외에도 귀한 대접을 받는 부생생물 버어먼초, 무엽란, 으름난초가 다수 관찰된다. 역시 보존돼야할 지역이다.

주둔소로 가는 길에 화생이궤가 있어 잠시 들려 본다. 곡예를 하듯 미끄러지며 화생이궤에 이르니 화산활동으로 생긴 바위그늘(궤)이 있는데, 궤 안은 시멘트로 조성된 제단이 있고 비석과 촛대 등이 있다. 신례·남원·효돈 주변마을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곳이라고 안내판에 쓰여 있다. 당시 사람들이 험하고 먼 이곳을 마다하지 않고 오르던 발걸음에서 그들의 간절함과 진심을 짐작할 수 있다. 4·3 당시 소개령으로 인한 은신처 역할도 했다 하니 가슴이 먹먹해 온다.

화생이궤 제단

겨울딸기나무(덩굴성)

무거운 마음을 뒤로하고 4·3 주둔소에 이르렀다.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규모도 크다. 안내자는 4·3의 발발원인과 주둔소 규모를 간단히 설명했다. 연이어 한라산 둘레에 이러한 주둔소 설치가 32곳이나 있으며 당시 병력투입 규모에 대해 설명했다. 안내자는 돌아가신 영령들을 위해 묵념시간을 제의했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없기를 기원한다"며 일행들과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김정자

수악주둔소를 돌아나는데, 부엌이라고 여겨지는 곳에 큰 솥단지가 있어 토벌 당시 숙박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다시 펼쳐지는 숲길을 걸으며 무거운 기분을 이완한다. 하늘이 안 보이는 깊은 숲을 빠져나오니 처음 출발 했던 원점이다. 인원 점검 후 차량으로 탑승했다. 안내자는 하천과 폭포를 만들어 내는 현무암 성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참가자들에게 계곡탐방이 불편하지 않았는지, 안전은 어떤지를 묻고 마무리 인사를 했다.

<글 김정자(글 쓰는 자연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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