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26일 진행된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3차행사에 참가자들이 동명리곶자왈 입구 '안소랭이' 습지 앞에서 물 문화(물통쓰임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습지·물통에서 떠올린 삶의 지혜양치류 숲길에서 느낀 치유와 회복잊힌 숲에서 되살아난 기억과 삶
[한라일보]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 더운 날씨 탓인지 참가자가 예상보다 적었다. 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3차가 진행되는 날이다. 19명의 참가자들은 '종합운동장' 만남의 장소에서 모여 저지마을로 향했다. 오늘의 길잡이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변덕진해설사이다.
인사 및 소개를 마치고 해설사는 저지 마을에 대해 안내를 했다. 저지 마을은 2007년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었고, 전국에서 두 번째로 살기 좋은 마을, 가고 싶은 생태관광지 마을로도 선정 되었다며 설명하는 얼굴엔 마을에 대한 깊은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는 탐방에 앞서 "오늘 탐방은 독특한 지형 곶자왈 과 사람, 기후 위기에 처한 생물들의 생태 이야기를 주제로 삼아 봤다"라며 탐방을 시작했다.
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습지 앞에서 제주도는 상수도가 나오기 전에는 물이 귀해서 빗물을 이용했고 물을 구분 하여 썼던 쓰임새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습지를 '물통'이라 불렀다며 "옛날엔 이 물로 빨래도 하고 가축에게도 물을 먹였으며 아이들은 수영도 했다" 고 어릴 적 친구들과 수영하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분위기를 한껏 이어나갔다.
이동하여 식수로 쓰였던 물통도 안내하였다. 습지에는 생물들이 자라고 있었고 그 중에 독특하게 생긴 우렁이알이 많이 관찰되어 사진을 찍는 참가자도 있었다.

지난 7월 26일 진행된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3차행사에 참가자들이 곶자왈 문화(잣성·친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안소랭이물 전경

우렁이알

으름덩굴
탐방은 명리동 곶자왈 에서 먼저 시작하였다. 변덕진 해설사는 곶자왈의 이름부터 풀어주었다. "명리동 곶자왈은 이곳에서 살아온 명리동 사람들의 터전입니다."라고 하며 곶자왈의 형성을 조리 있게 설명하여 주었다. 이곳은 도너리오름 에서 분출한 묽은 용암이 만든 용암지형이다. 흐른 용암이 판처럼 굳어 물을 가두고, 곶자왈 숲속 곳곳에도 습지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곶자왈을 보호하기 위해 제주 공유화 재단이 이 일대를 매입해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예전엔 제주 땅의 30%가 곶자왈이었지만, 지금은 6% 이하로 줄었고. 개발은 빠르지만, 보존은 쉽지 않다고 힘을 주어 설명하였다. 그는 곶자왈은 지하수 함양 지대와 생태적 가치가 있는 곳이며 이러한 곳이 점점 줄어드는 실정에 대해 안타까움을 덧붙였다.
곶자왈은 버려졌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탄소 흡수원, 치유의 공간, 양치식물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명리동 곶자왈은 출입이 제한된 곳이다. 오늘 우리는 처음 곶자왈을 밟아 보는 마음에 신비감이 들었다. 암괴지대에 형성된 숲은 사이사이에 초록을 머금은 이끼와 양치류, 제 멋대로 자란 덩굴들로 가득 찼다. 마치 깊은 숲 한가운데 밀림지대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양치류의 보고라고 알려진 곶자왈은 더부살이고사리·밤일엽·가는쇠고사리·석위 등이 많이 관찰 되었다. 다양한 식물들을 보며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길도 없는 이곳을 변덕진해설사는 주저 없이 앞서 길을 잘도 헤쳐 나갔다. 여름 숲은 포란 시기를 맞은 멧비둘기 와 섬휘파람새가 노래하고, 초피· 으름·탱자·도토리나무는 탐스러운 결실들을 내 놓고 있다. 두 시간 넘게 발목에 힘을 주며 걸었다. 입구에 이르러 미지의 세계를 헤쳐 나온 듯 일행들은 안도의 숨을 내 쉰다. 길의 끝자락, 변덕진해설사는 '안소랭이' 물통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종가시 나무

초피나무

밤일엽
이 곶자왈은 변덕진 해설사에게 마음속 목장 같은 곳이었고. 그의 말처럼 곶자왈은 단순한 숲이 아니라, 그곳을 살아낸 사람이 삶의 고스란히 스며있는 장소였다. 또한, 오늘 이곳에서 과거와 현재가 만나 추억을 회상하는 장소로서도 충분했다. 강한 햇살은 나뭇잎이 가려주었고 그 속에서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며 곶자왈의 시간을 공유했다. 쉼을 뒤로하고 저지곶자왈을 향해 걸었다. 저지곶자왈 입구에 다다르니 예전 가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던 잣 성이 겹담으로 잘 보존 되어 있었다. 조선시대에 말들을 키워서 공마 했던 이야기와 외 담으로 쌓여진 친 밭 이야기로 지역주민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 이야기들을 변덕진해설사는 현장감 있게 끌어내었다. 여기서 '친 밭'은 호미로 거친 나무와 덩굴 따위를 쳐 낸다 하여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돌투성이를 일궈 밭을 일궜으니 생존을 위한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볏바른궤 전경
곶자왈 지대는 피·메밀 등 척박한 땅에만 자라는 곡식이 대부분이다. 나무를 해서 한 짐 씩 모슬포군부대에 가서 팔면 수수 한 되와 바꾸었고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식량이라고 했다.
설명을 듣던 나이 드신 일행이 "나도 나무 팔러 간적이 있다"고 실감나게 경험담을 이야기 하여 분위기가 고조 되었다. 이어서 변덕진해설사는 저지곶자왈의 보물은 '제주백서향'과 야생생물멸종위기 2급인'개가시나무'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연이어 양치식물 에 대한 이야기로 양치식물은 지구에서 먼저 나타날 때 지구가 아주 따뜻해서 나무처럼 컸었다고 했다. 지하에 묻혀 석탄의 원료가 된 식물이라고 생태에 대한 설명도 아끼지 않았다. 지금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은 인간이 필요이상으로 탄소를 쓰기 때문이라고 하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설명을 조심스럽게 마무리를 하였다.

김정자
제주백서향 군락지를 따라 용암동굴 '볏바른궤'로 이동하여 동굴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동굴 안에서는 선사시대유물이 발견 되었고 무엇보다도 제주의 아픈 상처 4·3의 은신처역할을 했던 곳 이라고 설명을 했다. 배꼽시계가 시간을 알릴 때 쯤 '어둔물' 쉼터 정자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도시락을 펼쳤다. 모두들 배가 고팠는지 짧은 시간에 점심이 끝나고, 다시 남은 길을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문도지오름 둘레를 돌며 오름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시원 한 숲 터널을 빠져 나왔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며 살아온 제주사람 들의 삶.
곶자왈을 활용한 지혜·인내·강인함이 고스란히 묻혀 있는 제주곶자왈. 척박한 삶을 살아 내야만 했던 제주인 들은 곶자왈과 닮았다. 그래서 누군가 물으면 제주 사람을 알려면 곶자왈을 걸어보라고 말 하고 싶다.
도착지점에서 해설사는 "곶자왈의 생태적 가치와 지하수함양기능은 너무도 소중하고 보존되어야 할 곳"이라고 강조하며 일정을 마무리 했다. 이번 탐방은 자연을 걷는 여정 이자, 그 안에 살아 있는 사람과 기억을 만나는 일이었다.
< 글·사진 김정자 '글쓰는자연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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