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림의 현장시선] 뚜르 드 프랑스, 뚜르 드 제주

[고영림의 현장시선] 뚜르 드 프랑스, 뚜르 드 제주
  • 입력 : 2025. 08.22(금) 05: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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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프랑스에서는 매년 7월에 '뚜르 드 프랑스'가 열린다. 자전거로 프랑스 전역을 도는 경주로 약 4000㎞ 거리를 주파한다. 1903년에 시작된 이 스포츠 축제의 구간들은 해마다 바뀌지만 세 코스는 필수로 포함돼 있다. 선수들이 극한에 도전하는 알프스와 피레네 코스, 경주의 피니시 구간인 파리의 샹젤리제 코스는 관객들을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특히 올해는 샹젤리제로 들어서기 전에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르내리는 과정을 넣어서 파리 시민들이 선수들과 손을 마주치면서 환호하고 열광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필자 역시 프랑스 유학 당시 TV를 통해서 프랑스 전역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감상하거나 직접 야외에서 선수들의 생생한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1세기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이 자전거 경기가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국제경기인만큼 세계적 명성의 선수들이 참여하고 코스 별로 우수한 성적을 낸 선수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간의 선두 주자는 Maillot jaune(마이요 존느, 노란 티셔츠)를 착용할 수 있는데 이 셔츠의 착용자가 바뀌면 관객이나 중계 캐스터나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소재로도 즐겨 사용되고 패러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영화에서 주 배경으로 등장한 적도 있다. 스포츠 경기를 넘어서는 강력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아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된 것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다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뚜르 드 프랑스' 뉴스를 접할 때마다 생각하게 된 것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왜 제주에는 이런 대중적인 국제 축제가 없을까. '국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외국인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축제가 제주에는 없다. 제주도정이 지원하는 대형 축제들을 들여다보면 기존의 축제들도 거듭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세계를 제주에 끌어들이려면 제주 바깥의 시선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제주도정은 이런 태도도, 노력도 부족하다. 제주가 갖고 있는 콘텐츠가 다양하고 풍부하지만 이를 활용하거나 개발하는 경쟁력 있는 정책을 게을리하고 있다.

셋째, 파리에는 몽마르트르와 샹젤리제가 있지만 제주에는 한라산과 일출봉이 있다. '뚜르 드 프랑스' 못지않게 제주의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세계인들에게 노출할 수 있는 '뚜르 드 제주'를 만들어보자. 제주도 일주도로를 달리는 선수들을 현무암 해변, 밭담, 바다색의 향연과 함께 보여줄 수 있지 않은가.

여름에 만나는 제주의 하늘과 물빛의 반짝임에 감탄하곤 한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제주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든 '뚜르 드 프랑스'가 '뚜르 드 제주'와 만나서 교류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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