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무더운 여름이 다시 찾아왔다. 여름이 올 때마다 "올해는 얼마나 더울까?", "태풍은 언제쯤 올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늘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막연한 추측 대신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에게 물어보면 몇 초 만에 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실제로 AI 분석에 따르면 2025년 7월의 평균기온은 27.9도로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으며, 8월 중순까지 무더위와 높은 습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AI의 영향력은 날씨 예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생활, 경제, 취미, 스포츠 등 우리의 일상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으며, 의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다른 분야보다 변화의 속도와 폭이 훨씬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료 현장에서 AI는 이미 진단의 영역에서 뚜렷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건강검진에서 흔히 시행하는 흉부 X선 촬영만 보더라도 AI는 작은 폐 병변까지 놓치지 않고 찾아내며, 과거 영상과 비교해 새로운 변화가 있는지도 알려준다. 임상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미세한 소견까지 제시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는 확실히 기여하고 있다.
심장 질환 분야에서도 AI 연구는 활발하다. 단순한 흉부 X선과 심전도 검사만으로 향후 부정맥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대동맥 질환의 위험을 평가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상으로 보이는 사람에게서도 앞으로 위험한 부정맥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알려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변화다.
소화기내과 분야에서도 속도는 더 빠르다. 내시경 검사 중 병변을 실시간으로 찾아내는 AI가 도입되면서, 사람의 눈으로는 놓치기 쉬운 작은 병변까지 발견해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필자 역시 검사 과정에서 AI를 활용해 진단율을 높이고 있으며, 더 나아가 환자들의 진료 기록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다음 진료에서 필요한 질문이나 추가 검사를 제안하는 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AI가 의료 전반에 미칠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가 구분될지도 모른다.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의학 지식뿐 아니라 데이터와 과학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AI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지혜롭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건강도, 의료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이제는 의사와 환자 모두가 함께 준비해야 할 때다.<신재경 365플러스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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