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의 한라시론] 외로움과 고립을 넘어, 수눌음으로

[김재희의 한라시론] 외로움과 고립을 넘어, 수눌음으로
  • 입력 : 2025. 07.17(목) 01:00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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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에서 사회적 연결로(From Loneliness to Social Connection)'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심장병·뇌졸중·당뇨병·우울증·조기 사망 등 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위험 요인이며, 전 세계적으로 매시간 100명이 이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WHO는 외로움과 고립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중보건 위기로 규정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연결(social connection)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제주 역시 노인 세대의 사회적 연결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이미 지역 내 많은 노인이 배우자나 자녀 없이 홀로 살아가고 있고,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워 사회와 단절되고 정서적 고립감을 겪는 노인도 적지 않다. 또한 과거보다 이웃 간의 유대가 약해지고 공동체 기능이 축소되면서 고립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람 간의 연결을 강화하고, 이웃과의 관계 회복을 돕는 사회적 연결 정책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사회적 연결 회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추진 중이다. 핀란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을 강화한다. 지역 도서관·복지관 등에서 '노인 디지털 동행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법, 온라인 대화법 등을 교육하고, 은행이나 병원 예약 등 실생활 중심의 필요한 기술 습득을 지원해 사회참여를 유도한다. 덴마크는 '공동주거(Co-housing)'모델을 도입해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식당, 정원 등의 공동 공간을 마련하고, 일상적인 만남과 상호 교류를 자연스럽게 촉진해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망 형성을 돕는다. 스웨덴은 도시설계에 사회적 연결 개념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 산책로, 벤치, 커뮤니티 공간 등을 포함해 주민 간 자연스러운 접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 네덜란드는 노인뿐 아니라 청소년, 청년, 중장년 등 전 연령대를 외로움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외로움 예방 정책을 설계한다. 각 지자체는 '외로움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기반의 이웃 간 소통, 만남 프로그램 등을 장려한다.

제주는 예로부터'수눌음 정신'이라는 고유한 문화를 간직하고 있어 사회적 연결 회복에 유리한 지역이다. 수눌음은 마을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돕고, 함께 힘을 모아 살아가는 제주의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이다. 이웃 간에 삶의 무게를 나누던 문화는 지금도 제주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제주의 수눌음 정신을 다시 되살려야 할 때이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연결 회복은 도민의 건강한 노년을 돕는 일이자, 제주의 공동체 가치를 살리는 길이다. 수눌음의 가치를 되살려,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고령친화 사회로 제주가 나아가길 기대한다. <김재희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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