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
  • 입력 : 2015. 09.08(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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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길에서 바라본 군산(위)과 군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마을 전경(아래).

365일 마르지 않는 하천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격
군산 정상서 바라 본 산방산과 송악산 절경 ‘환상적’
주민들 ‘정’으로 똘똘… 마을발전 자양분 역할 톡톡
뛰어난 자연환경·유리한 교통요건 활용한 사업 구상





섬에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이 있다면 누가 믿을까? 명산의 기품을 가진 군산이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해발 335m 되는 산이다. 그 산이 바다를 가렸다. 바다로 향하던 냇물도 길이 막혀 군산 옆으로 비켜간다. 직각에 가까운 행로 변경이다. 섬이라는 환경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는 곳이 창천리다. 원래 지명이 '창고내'였다고 한다. 일명 포시남마루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양금봉(76) 노인회장의 설명에 의하면 '1674년 진주강씨 일가가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설촌이 이뤄졌다'고 한다. 설촌 초기에 냇가에 창고처럼 생긴 암굴들이 있어서 하천의 이름을 창고천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군산 남쪽에 지석묘가 있고 선사시대 그늘집으로 사용될 수 있는 '엉' '엉덕'들이 있는 것으로 보면 자연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생활터전으로 삼았던 선사인들의 취락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덕면 서쪽 끝에 위치한 마을로서 예래동과 경계를 이루고 있고 남쪽으로는 군산과 대평리와 서쪽으로는 감산리와 북쪽으로는 상창리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일주도로에서 평화로 방향으로 들어가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다. 주민 대다수가 감귤농사로 생업을 유지하는 마을.

군산과남북으로마주보는신산오름.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군산이 틀어막아서 오랜 세월 급류가 파낸 냇가는 다른 지역 하천들에 비해 깊다. '영구물'이라고 하는 곳은 말과 뜻 그대로 어떤 가뭄이 닥쳐도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365일 마르지 않는 하천을 보유한 창천리(倉川里) 환경 자체가 냇물 창고다. 아랫마을의 입장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물들이 항시 보관 되어져 있는 곳이니 이렇게 지명을 부를 만도 했다.

군산은 참으로 묘한 이미지를 가진 산이다. 바라보는 위치와 거리에 따라 그 느낌을 확연하게 달리하는 변화무쌍함을 지녔다. 일정 거리에서 보면 웅장하여 장군의 위엄으로 조금은 위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신산오름 인근에서 바라보면 오래도록 덕을 쌓은 고결한 인격체가 잔잔한 미소를 짓는 것처럼 편안하게 보인다.

군산등산로입구에서산의맑은정기를 마신것 같은 약수터

양재소 옆 다리를 건너서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식물들의 뒤엉킨 향기는 다른 숲길에서 들이마실 수 없는 오묘하고 풍부한 생명력이 있다. 수십 종의 악기로 연주하는 교향악 연주회에서 풍성한 음의 두께와 멜로디를 귀가 향유하는 것처럼 코가 그런 고급스런 예술에 취하는 기분이었다. 정상에 올라 산방산과 멀리 송악산 방향으로 바라보면 안덕면의 진가를 단번에 발견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흩뿌려진 창천리의 가옥들은 한라산의 정기가 냇가를 타고 내려와 그 에너지로 불을 밝힌 모습이다. 창천리의 진정한 보물창고는 군산이다.

마을 면적을 협소하게 생각하는 지역주민들이 많았다. 마을회가 활용 할 수 있는 땅이 빈약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한 악조건에서도 주민들이 다른 마을에 뒤지지 않은 발전을 이룬 것은 오직 이웃과 이웃이 정으로 뭉쳐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다양한 문제와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강남철 이장

강남철(58) 이장이 밝히는 창천리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렇다. "30년 전에 그려진 도시계획도로는 마을의 모습을 교통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빚어질 차량증가를 다양하게 분산, 흡수하도록 치밀하게 설계되어져 있습니다. 한 세대가 흐르도록 선만 그어놓고 마을 안길 도로확장이나 신설도로가 개설되지 않아서 주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몇 달 전 대형음식점이 일주도로변에 들어오니까 바로 주차난과 창천초등학교 옆 마을안길은 차량이 항시 다니는 대로변으로 바뀌어 아이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통량 예측에 따른 행정대책이 선행되고서 차량유입이 증가 요인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서귀포시와 제주시를 이어주는 중요한 지점이기에 분기점 지역에 대한 대책을 실천하지 못한 결과 주민 피해로 다가왔다는 주장이었다. 오창훈(46) 새마을지도자의 창고천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다. "활용가치를 높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생태하천으로 조성한 빌레통습지 공원도 관리 허술로 방문객이 찾아오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조류와 양서류, 파충류, 어류 모두해서 40여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라는 이곳을 관광자원화 했으면 그 혜택이 주민들에게 흡수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함에도 그냥 방치에 가깝습니다." 운영계획이 전무한 경관 시설사업에 대한 질타였다.

독특한 자연자원을 가지고 있는 창천리가 유리한 교통여건을 강점으로 살릴 수 있다면 제주도내 어떤 마을보다 풍요를 누리는 마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마을 주민들의 공감대를 충족시켜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어려운 여건에서도 마을 일의 실무를 담당하는 양경미 사무장의 딱 부러진 지적은 정책당국이 곱씹어야 할 대목이었다. "행정에서는 농촌마을들을 관광자원처럼 만드는 사업에 예산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농업이 죽고 관광이 살까요?" 농촌마을엔 농업으로 왕성한 수익구조를 창출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관광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 현실을 직시하는 눈이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겐 더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창고천 생태공원 빌레통습지.

창천리는 또 하나의 제주 보물이다. 바다를 보지 못해 답답하니 군산을 모두 밀어버리고 싶다는 김창미(47) 부녀회장님만 그 꿈을 포기한다면 바다자원 못지않은 냇가 자원이 창천리의 미래를 풍요로 인도할 것이다. 결국 창천리의 냇물이 바다에 당도하듯이.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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