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책임
  • 입력 : 2015. 05.04(월) 00:00
  • 김치훈 기자 chi@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주무관, 계장, 과장, 국장. 사원, 대리, 과장, 부장, 임원. 우리 주변의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등에서 일을 하는 직장인들은 저마다 입사후 경력을 쌓아갈수록 승진을 하고 직급과 직책을 부여받는다. 또 사람들은 승진을 목표로 삼아 노력한다. 급여의 상승도 승진의 성과지만 승진에 따른 명예와 성취감도 승진을 위한 노력의 동기다.

명예와 성취감 등은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노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조직전체의 입장으로 볼 때 승진에 따른 명예와 성취감 외에 부여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책임이다.

조직에서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더 많은 책임이 따른다.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등 우리사회의 각 조직 에서는 주무관, 계장, 과장, 국장, 사원, 대리, 과장, 부장, 임원 등으로 직급을 나눠 각 구성원에게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다. 단지 개인의 명예나 성취감을 위한 구분은 아니다.

최근 감사원의 제주도정에 대한 기관감사결과가 발표됐다. 서귀포에 조성중인 헬스케어타운이 담당 공무원의 책임 회피로 경관 심의를 받지 않고 사업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녹지그룹은 지난 2013년 상가 시설의 건축물을 높이고, 호텔이나 콘도미니엄 등 숙박시설의 부지를 넓히도록 개발사업시행 계획을 변경했다.

관련 규정에는 개발 사업 과정에서 축조 행위나 토지 형질 변경이 있을 경우에는 경관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나, 제주도청 소속 담당 공무원인 A씨는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하며 서귀포시가 경관 심의 여부를 판단토록 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서귀포시에 통보한 후 4개월 뒤 부하직원에게 새로운 도시관리계획 또는 기존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할 경우 경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법률 자문을 보고 받았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은 제주도지사에 지방공무원법 규정에 따라 A씨에 대해 징계처분하라고 조치했다.

주어진 책임을 회피한 결과는 결국 징계처분을 받을 상황을 낳은 것이다. 특히 A씨의 경우는 부하직원으로부터 경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같은 A씨의 무책임한 행동은 행정행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는 결과로 나타났고, 제주의 경관을 훼손하는 결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또 부하직원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회피한 행위로 인해 조직내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주어진 역할과 직급·직책에 부여되는 책임을 회피하는 구성원은 조직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이 어떠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어떠한 폐해가 발생하는지 모르는 경우들도 많다.

이번에 A씨의 무책임한 행동은 감사원에 의해 지적됐다. 내부가 아닌 외부에 의해 밝혀진 것. 이는 제주도정의 시스템이 조직 구성원들의 무책임한 행동도 밝혀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반증이다.

박정하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이번 감사와 관련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해 앞으로 행정혁신에 반영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제주도정이 이번 감사결과를 행정혁신의 계기를 삼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만약 행정혁신의 계기로 삼지못할 경우에는 행정에 대한 신뢰는 상실되고 그 피해는 제주도민들에게 미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같은 책임회피는 가정을 비롯 어떠한 조직의 존립에도 영향을 준다. <김치훈 편집부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41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