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강정항)이 준모항으로 운영된 지 두 달을 넘기고 있지만 관광객 체류 확대와 지역에서의 소비 연계 측면에서 보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해외관광객 숫자는 확실히 늘려주지만 단기 체류와 저소비의 단점을 지닌 크루즈 기항지로서의 한계를 일정부분 극복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준모항은 크루즈 여행이 시작되는 항구로, 일부 승객이 탑승해 해외여행 후 돌아와 하선하는 곳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출발한 국제크루즈선이 잠시 정박하는 동안 관광객들이 4~5시간 머물다 가는 기항지와는 다르다. 그래서 정부가 강정항 준모항 운영을 발표했을 때 내국인 관광객 감소로 어려운 지역에선 내심 내국인들이 많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크루즈 여행을 위해 해외 항구까지 이동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으니 말이다. 강정항을 이용하는 내국인들이 크루즈로 일본, 중국을 여행 후 곧바로 제주를 떠나지 않고 더 머물며 지역 내 소비증대 효과를 낳을 것이란 바람도 있었다.
강정항을 준모항으로 운영한 첫 크루즈는 중국 상하이를 출발하는 아도라 매직시티호로, 5월 1일부터 현재까지 강정항에서 7차례 승객을 태웠다. 회당 30~50명의 승객 중 다수는 제주도민으로 알려진다. 도민들의 크루즈 여행이 편리해지면서다. 또 지난 6월 두번째 준모항 크루즈인 코스타 세레나호가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해 강정항에서 세 차례 각각 승객 330명씩 총 1000명을 태웠는데, 크루즈 선사들의 강정항에 대한 관심을 엿봤다는 점은 다행이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강정항 준모항 운영에 따른 내국인 추가 유치 효과가 미미한 지금, 내국인 유치 홍보마케팅과 함께 기항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크루즈객의 지갑을 열게 할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올해 제주에 입항하는 크루즈 348회 중 198회는 강정항으로 입항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43.5% 증가한 규모다.
제주도가 10만t 이상의 대형 크루즈 선석을 강정항으로 배정한 것도 크루즈 관광객의 지역상권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인데, 정작 강정항에서 내린 적잖은 패키지 투어 이용객들은 전세버스를 타고 제주시 면세점으로 향한다. 개별 크루즈 관광객의 지역상권 유입을 위한 대중교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서귀포시가 올해 5월 하순부터 강정항에서 원도심을 잇는 노선버스를 신설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선버스만으론 상권 유입이 제한적일 것이다. 크루즈 기항시간에 맞춰 개별객과 승무원 대상 원도심 도보투어나 특산물 구매·음식 체험 프로그램으로 지역 상권과의 연계를 고민해야 한다. 또 제주도가 최근 단체관광객 지원근거를 마련한 것처럼 일정 규모의 강정항 준모항 상품 이용자가 크루즈 출발 전후로 제주에서 1~2박을 더 할 경우 지역화폐 지원 등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상태로라면 크루즈객들이 잠깐 머물며 푼돈만 쓰고 가는 기항지거나, 도민의 크루즈 여행 편의를 높여주는 이상의 준모항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여서다. <문미숙 제2사회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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