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난 2017년, 원희룡 도지사는 도민들에겐 낯선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도입을 추진했다. 그 첫 대상 구역으로 그는 공항로를 꼽았다. 교통혼잡을 해소하고 버스 속도를 높이는게 계획의 골자였다. 그래서 그는 도로를 넓히려 했고 시민단체와 많은 도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항로 주변 수십년간 지켜왔던 아름드리 가로수를 베거나 다른 곳으로 옮겼다. 결국 대한민국 최고 아름다운 도로로 명성이 자자했던 공항로는 볼품없는 대로로 전락했다. 그가 추진했던 우선차로제의 경우도 지금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섬식정류장'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운용중인 제주시 서광로 구간(3.1㎞)이 요즘 이슈다. 오영훈 지사가 '전국 최초'를 내세우며 주변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지난 5월 초 개통했다. 오 도정은 개통 한 달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다. 버스 이동속도는 물론 일반차량 속도도 이전보다 빨라졌음을 강조했다. 제기된 불편한 문제는 조속 개선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한 오 도정의 자랑에 도의회가 발끈했다. 최근 정례회를 통해 섬식정류장의 문제점과 차로 문제, 기존 정류장과의 연계 등 여러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주행 속도 개선'이 전부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소속된 한라일보는 서광로 주변에 위치해 있다. 기자는 30년을 줄곧 서광로를 통해 출퇴근했다. 서광로 수십년 변화상을 누구보다 잘 안다 자부한다.
제주시 서쪽과 동쪽을 가로지르는 서광로는 통행량이 많은 도로다. 그래서 역대 도정은 연삼로 등 우회도로를 개설해 통행량 분산에 힘써왔다. BRT 체계 이전 운용됐던 가로변전용차로도 버스 등 대중교통에 우선권을 줘 혼잡한 교통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한 방법이다.
BRT 체계가 가져 온 문제의 핵심은 운용 차로가 낯설고 유연성이 없다는 점이다. 차로 하나가 버스전용으로 고정됐고 좌회전과 유턴을 위한 차로도 중간중간 만들어졌다. 가로변정류장도 병행해 운영되니 일반차량이 다니는 차로가 확 줄었다. 이전 가로변전용차로는 출퇴근 등 전용시간대를 제외하면 일반차량도 주행할 수 있었지만 BRT 체계에선 그럴수 없다. 한마디로 차로 효율성이 사라졌다. 제주공항으로 가려는 버스에겐 중앙선 옆 전용차로가 오히려 불편하다. 버스전용차로와 일반차로를 드나드는 택시는 신났지만 사실상 차로가 줄어든 일반차량 운전자는 불만이다. 차를 렌트한 초행길 관광객은 물론 서광로가 낯선 도민들의 안전운전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섬식정류장을 조성해 순차적으로 BRT 체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물론 수백억대의 예산이 투입된다.
한달여 서광로를 다닌 기자가 내린 결론은 "왜 했지"라는 의문이다. 겉만 번지르르 할 뿐이다. BRT 체계가 운영된 첫날 취재에 나선 본보 기자에 한 도민이 문제를 제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차를 타 본 도청 직원들이 있기는 한 거냐"고. <김성훈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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