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형제는 고민을 거듭했다. 막 설립한 자신들의 회사를 알릴 묘안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행 안내서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여행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미슐랭가이드(Michelin Guide)는 그렇게 탄생했다. 1900년, 파리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리는 해에 처음으로 제작·배포됐다. 프랑스의 도로정보와 정비소·주유소·숙박시설 정보가 담겼다. 1922년부터는 광고를 빼는 대신 유료로 전환했다. 종류별 식당정보도 추가로 수록했다. 1926년엔 별도의 식당 평가팀을 파견, 등급을 매기면서 식당지침서로 명성을 날리게 됐다.
미슐랭가이드는 선정된 음식점에 3개 이내의 별을 수여한다. 별 하나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 별 둘은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별 셋은 요리가 매우 훌륭해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을 의미한다. 1957년부터는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음식점을 '빕 구르망(Bib Gourmand)'에 올리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에서 미슐랭가이드에 오른 음식점은 3스타-144곳, 2스타-480곳, 1스타-2848곳, 밥구르망-3357곳에 이른다. 우리나라엔 3스타-1곳, 2스타-9곳, 1스타-26곳, 빕 구르망-102곳이 있다.
제주관광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올 들어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50만명 가까이 줄어드는 등 심상찮은 조짐이 지속되고 있다. 4월 말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총 387만9500여 명에 그친다. 내국인은 330만7000여 명, 외국인은 57만 2400여 명이다.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381만8900여 명에 비해 13.4%가량 줄었다. 여기에 6·3 조기대선과 함께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했던 인센티브 지원 방안이 선거법 위반 우려로 사실상 중단되면서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언제부턴가 유튜브·SNS 등을 중심으로 "제주에 갈 돈이면 해외로 떠난다"는 콘텐츠가 줄을 잇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침소봉대하며 이를 사실인양 방송·게재한다. 오전 시간대에 카페를 찾아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는 식이다. "제주를 여행할 경비면 해외로 나갈 수 있다"며 해외여행을 부추긴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해외 나들이 경비가 확연히 비싸다거나, 제주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는 콘텐츠가 하나둘씩 소개되면서 오해는 조금씩 풀리는 형국이다.
얼마 전 오영훈 지사가 업종별 권장가격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고물가·바가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오해를 해소하고, 관광질서를 바로잡기에는 한참 미흡해 보인다.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가격 아래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찾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이들을 널리 알리면서 고질적 병폐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적극적이면서도 적확한 대책 없이는 위기의 제주관광을 구할 수 없다. <현영종 편집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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