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35)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35)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 입력 : 2015. 04.07(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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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항에서 바라본 산방산과 금모래해변(위)과 화순리 마을회관 인근 전경(아래).

마을 풍부한 자원 인정받아 농어촌인성학교 지정 운영
곶자왈·해변·하천 탐방코스…마을 전체를 하나의 상품화
40여만평 공동목장 규제 묶여…주민들 용도 변경 요구 '묵살'
환경·경제 놓고 접점 찾아야
마을공동체 역량을 집중해 주민소득과 연동작용 꿈꿔



제주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는 마을이다. 모래사장을 낀 해변과 생태자원 풍부한 하천, 오름과 곶자왈, 항구. 거기에 중산간 느낌을 주는 목장지대까지. 산방산과 월라봉 사이에 남북으로 경사를 이루는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창고천이 군산과 월라봉에 막혀서 서쪽으로 물길을 틀어 흐르다가 화순에서 바다와 만난다. 냇가와 모래 해변이 만나는 지점은 사람이 살기 적합한 환경이다. 원시 주거 형태의 하나인 바위그늘집이 있고, 금모래해변 동쪽 둔덕에 조개무지 패총이 있다. 남방식 고인돌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선사시대부터 이 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인구 유입 차원에서 마을소유 부지에 개발한 전원형 주거 공간.

고상호(74) 노인회장의 설명으로는 "지금처럼 대촌락이 형성된 것은 족보를 통해서 파악하며 16세기 경부터라고 봐야 합니다." 물이 항상 번번하게 흐르는 냇가라는 의미로 '번내'라고 부르던 마을이다. 1840년대 초에 동수리와 번내를 합쳐 화순이라는 마을 명칭이 탄생했다고 한다. 상천리 병악을 발원지로 하여 안덕계곡으로 흘러내리던 물을 막아 논농사에 썼다는 도막은소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 풍족한 농업용수를 바탕으로 마을이 번창하게 된 것. 월라봉 서쪽 황개천은 제주에서 드물게 건천이 아니다.

마을이 보유한 풍부한 자원을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부와 교육부에서 전국 44곳을 선정한 '농어촌인성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농어촌 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되었다. 명불허전이라는 것은 화순리를 두고 이르는 소리다. 마을 전체를 하나의 탐방코스로 묶어서 상품화한 곳이다. 곶자왈 탐방로와 해변 탐방로, 하천 탐방로로 나뉘어 있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중. 먼저 곶자왈 탐방코스는 번내 태양광발전소 인근 자연에너지운영센터를 출발하여 화순곶자왈 입구로 들어가 전망대를 통과해서 생태주차장과 목장지대에서 내려오며 자연을 만끽하고 제주조각공원까지 이르게 된다.

다양한 새 소리로 가득한 곶자왈 탐방로.

해변 탐방로는 제주조각공원에서 주슴질을 따라 내려와 소금막에 이르면 동쪽으로 해안 절경을 따라 걸어가게 된다. 썩은다리와 담수풀장이 있는 화순금모래해변을 지나 지석묘와 선사마을 유적까지 보면서 자연스럽게 하천탐방을 할 수 있다. 황개천과 개끄리민교 산받은물, 도막은소로 이어지는 하천은 생태계의 보고다. 하나의 권역을 이루는 탐방프로젝트에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까지 더해진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동안 마을공동체가 기울인 노력이 집념에 가깝다. 다른 지역에 비해 뒤질 수 없다는 경쟁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어서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임상열 이장

임상열(56) 이장이 밝히는 화순의 당면 과제의 중심에 '40만평에 육박하는 마을 소유 공동목장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대부분이 곶자왈로 묶여 있어서 큰 활로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점진적인 용도변경 요구가 묵살된다면 지역주민은 현상유지만 하면서 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분개하고 있었다. 마을공동체의 발전의지는 옴짝달싹 못하게 된 형국이고 대자본들은 들어와서 개발 가능한 땅들을 사들여 돈벌이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박탈감에 젖어 있는 것이다. 획기적인 행정적 발상 전환이 없는 한 현재의 상황은 '차츰차츰 지역주민들이 외지로 밀려나라는 소리'가 된다. 안덕면 면소재지 주민들의 생각이 이러한데 다른 마을들은 어떤 심정이겠는가.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환경보전과 지역경제가 만나는 지점에서 고민이 깊다. 발상력이 비전이거늘. 지역주민들의 높아진 발전의식은 전지훈련장이나 연수원시설들을 통하여 체류형 관관지로 거듭나야 한다는 당위성에 도달해 있다. 행정의 수용태세가 어떤 것인 지 궁금하다.

마을 위를 지나는 대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마을을 관통하는 일주도로가 많은 관광버스를 점심식사에 초대(?)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형국이 되었으니 관광식당들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관광형태의 변화도 한 몫을 하는 측면이 있지만. 오죽했으면 박경필(38) 청년회장은 독특한 주장을 내놨을까. "마을중심부에 차량 테이크아웃 햄버거 매장을 만들면 개별 관광객들이 아래까지 내려와서 화순의 진면목을 접하게 될 것이 아닌가?" 마을 수익사업으로 패기 있는 플랜을 제시하고 있었다.

월라봉에서 박수기정까지 절경을 가로막는 남제주화력발전소.

김민영(48) 부녀회장이 78세가 되는 30년 뒤 2045년의 화순리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 지 물었다. "안덕고등학교가 생겨 있을 것입니다. 마당 있는 집들 내부가 지금 고급아파트보다 더 좋게 리모델링 되어있어서 도시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마을로 변모해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통학문제로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으면 고등학교의 필요성을 주장할까.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개발방향이 요구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마을 발전에 대한 공통적인 의견은 인구유입에 못지않게 일자리를 찾아서 밖으로 나가는 차세대 주역들을 품어줄 방안 마련이었다. 외부자본에 의한 번지르르한 개발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의 역량을 집중하여 주민소득과 연동작용을 하는 화순리를 꿈꾸고 있었다. 청년회장이 꿈꾸는 30년 뒤의 화순리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대평, 화순, 사계가 하나의 관광벨트로 통합된 시대를 살게 될 것입니다. 화력발전소도 사라지고,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휴양지에서 이 나라에서 주민소득 최강을 자랑하겠지요." 화순항이 마리나 관광미항으로 치밀하게 성장한다면 충분하게 가능한 일이다. 여기까지 달려오는데 피땀 흘렸던 마을 사람들의 역량이 한 세대 뒤에 활짝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오늘을 살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의 꿈꾸는 그 곳으로 갈 길은 먼데 시간이 모자라다. 행정만 한가로운가?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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