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기 있어요] (3) 왜 유기견이 되나

[우리, 여기 있어요] (3) 왜 유기견이 되나
"사연 없는 개 없어"… 버린 것도 살리는 것도 결국 사람
  • 입력 : 2022. 07.04(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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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안 매고 등록 안 하고
주인 있어도 '억울한 죽음'
개체 수 조절 중성화 필요
"중성화 지원 범위 늘리고
동물치료비 부담도 낮춰야"


[한라일보] "사연이 없는 개들이 없어요. 거의 내 손으로 구조한 아이들입니다."

제주시에 있는 한 사설 유기견보호소 '행복이네' 고길자 소장이 말했다. 누군가 버리겠다는 임신한 개를 거둔 게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버려지고 갈 곳 없는 개를 하나 둘 구하고 보살핀 게 벌써 23년째다.

"개 농장에서 죽음을 당하기 전에 구조한 아이도 있고 제보가 들어오면 혼자라도 가서 구해 왔습니다. 오후 9시가 넘은 밤에 (한경면) 조수니 저지니 넘어간 것만 해도 여러 번이죠. 귀를 막자고 하다가도 가면 살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마리 수가 늘면서 병원비에 사료비까지 힘든 게 많지만 개를 구했다는 게 저에겐 행복입니다."



제주시에 있는 사설 유기견보호소 행복이네. 버려지고 갈 곳 없는 개 200여 마리를 보호 중이다. 거의 대부분을 고길자 소장이 직접 구했다. 치료비에 사료비 부담까지 걱정이 크지만 그는 "개를 구했다는 게 행복"이라고 말한다. 이상국기자

#"주인 있어도 죽는 개들… 새끼 늘어 버리기도"

행복이네에는 유기견 2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제주도내 유기견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그림자 같은 수다. 공식 통계에는 신고 등으로 포획돼 제주동물보호센터(제주도 운영)에 들어가는 유기·유실견 수만 포함되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집계한 지난 3년(2019~2021년) 간 발생한 유기견 수는 한 해 평균 6591마리이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 소장은 "내가 알고 있는 사설 보호소만 제주에 7~8곳"이라며 "적게는 7마리, 12마리, 19마리처럼 작게 운영하고 이름이 안 알려진 곳도 있다"고 말했다.

고 소장은 '억울한 죽음'이 많다고 말한다. 주인이 있어도 여기 저기 떠돌다 유기견으로 포획되는 경우도 그 중 하나다.

"시골에선 목줄을 매지 않고 중성화도 하지 않습니다. 등록칩(동물등록 마이크로칩)도 박지 않지요. 그러다 보면 발정기에 멀리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유기견이 되는 겁니다. 신고로 포획돼 보호소(제주도 동물보호센터)에 들어가도 공고 기간이 열흘뿐이고, 그 안에 개체 수가 많아지면 차례대로 안락사 되지요. 주인 있는 강아지인데도 억울하게 죽는 겁니다."

책임감 없이 동물을 키우는 건 새 생명에게도 아픔이다. 고 소장은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으면 처리를 못하니까 박스에 넣어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있다"며 "새끼 강아지 7마리를 포대 자루에 담아 입구에 버리고 간 일도 있었다"고 했다.

"키우는 개를 집이나 대문을 지키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없어지든 어디에서 죽든 상관을 하지 않는 거지요. 개를 키우려면 반드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펫 샵에서 강아지를 사지 말고 지자체에선 개농장과 번식장을 없애는 것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설 유기견보호소 행복이네를 운영 중인 고길자 소장. 이상국기자

#풀어 키우고 동물등록·중성화 관심 낮아

고 소장의 말에선 사람 손에서 크던 반려견이 유기견이 되는 원인이 읽힌다. 도내 읍면지역에서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문화가 여전한 데다 낮은 동물 등록률, 중성화 관심 부족 등과 맞물리며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2개월 이상의 반려견을 키울 때엔 동물등록이 법적 의무 사항이다. 하지만 도내 반려견 9만5000여 마리(2018년 '제주도 동물보호·복지 및 연관산업 육성방안' 연구용역 추산) 중 4만9358마리(전체의 51.9%, 올해 3월 기준)만이 등록되는 데 그쳤다.

중성화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도 유기견 발생의 주된 요인이다. 이는 마당개의 반복적인 임신·출산으로 연결된다. 도내 유기동물 보호단체인 제제프렌즈 홍난영 대표는 "제주동물보호센터 통계를 보면 들어오는 유기견의 절반 가량이 3개월 미만"이라며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으면 가져다 버리는 거다. (대부분의 시골개가) 중성화가 안 돼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제주도는 2019년 전국 처음으로 읍면지역 마당개(실외사육견) 중성화 지원 사업을 시행해 유기견 감소 효과를 봤다. 제주도는 2019년 274마리를 시작으로 2020년 385마리, 2021년 298마리의 중성화 수술비를 지원했다. 이 기간 도내 유기견은 2019년 7767마리에서 2020년 6642마리, 2021년 5364마리로 감소세를 보였다. 2012년부터 지난 10년간 꾸준히 늘던 유기견 수가 줄어든 것은 2019년 이후가 처음이다. 개체 수 조절에 중성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도내 사설 유기견보호소 행복이네에 보호 중인 유기견들. 이상국기자

#가구당 1마리 제한… "중성화 지원 확대를"

보다 적극적인 중성화 사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올해 처음 읍면지역 마당개 중성화 지원 사업이 국비 사업으로 바뀌며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지원 범위가 한정돼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제주도의 경우 올해 사업비를 지난해 1억2000만원에서 2억원(국비 20%, 지방비 80%)으로 올리고, 500마리(작년 지원 개체 수 298마리) 지원을 목표하고 있다. 하지만 신청 대상은 읍면지역 거주민이 실외에서 키우는 5개월령 이상이며 가구 당 1마리로 제한돼 있다.

사단법인 제주동물권행동NOW 조은지 팀장은 "중성화 수술을 하고 싶어도 한 마리 당 30만~50만원, 거기에 킬로수(무게)가 많이 나가면 60만원까지 드는 상황"이라며 "키우는 개가 많을수록 많은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성화 수술은 유기견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자 반려견을 잘 키우기 위한 조건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윤영민(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장) 제주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중성화를 하면 수컷인 경우 고환염, 암컷은 유선암 등 호르몬 관련 종양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단점이라면 먹는 것 외에 액티비티(활동)가 떨어져 비만으로 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라며 "이는 아침 저녁 산책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치료비 부담을 더는 것도 유기동물을 줄이는 해법으로 거론된다. 조은지 팀장은 "한 예로 3㎏ 정도의 유기묘가 거대식도 수술을 하는데 기본검사 60만원에 중간 검사 20만원, 수술을 하니 600만원이 나왔다"며 "아기 때 귀여운 시기가 지나고 버거우니까 버리는 거다. 비용적 문제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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