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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觀] 사랑이 이렇게 변해요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1. 07.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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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로저'.

최근 화제를 모으며 방영 중인 드라마 ‘결혼 작사 이혼 작곡’시즌 2는 ‘오로라 공주’, ‘왕꽃 선녀님’ 등으로 유명한 입성한 작가의 복귀작이다. 높은 시청률과 함께 상식선을 넘어서는 스토리와 기이할 정도로 느껴지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모든 작품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스타 작가 임성한이 ‘피비’라는 예명으로 6년 만에 컴백했다.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은 30·40대 세 부부의 불륜이 중심이 되는 3분만 봐도 바로 임성한의 작품임을 알 수 있는 기시감의 대작이다. 작가의 전작들보다 현저히 느리게 진행되는 이 불륜의 조각모음은 거의 모든 각도에서 관계의 파국과 파국 이후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있는데, 각도를 달리한다고 지옥도가 달라질리 만무하지만 속도를 늦추자 이제껏 못 본 표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랑했던 두 사람, 사랑하지 않는 두 사람, 사랑한다 믿고 있는 두 사람 그리고 관계를 둘러싸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의 눈빛이 포개진다. 사랑이 얼마나 흉한 말일 수 있는지, 사랑이 어떤 냄새를 풍기며 변할 수 있는지, 사랑이라는 도무지 해석할 수 없는 언어를 다소 비웃듯이 바라보는 작가 피비의 냉정함이 느껴질 때 결혼이 작사하고 이혼이 작곡한 사모곡은 불협화음에 가장 가까운 곡조를 띤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사무치는 질문을 남긴 멜로 영화 ‘봄날은 간다’는 적어도 사랑의 작동과 오작동이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오직 두 사람 사이에서 시작되고 끝날 때가 가장 안도가 되고 납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로 호명한 둘 사이에서 탄생한 사랑이 우리 안에서 소멸될 때 그 마지막을 원망하고 탓할 사람이 너 또는 나인 것은 명백히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되기도 한다. 앞서 말한 결혼이 작사하고 이혼이 작곡한 사랑 노래가 섬찟하게 불리워지는 이유는 결혼이 명백한 약속의 말들을 담고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대개 감정적, 감성적 이유로 시작된 후 약속이라는 책임으로 채워진 이성적 선언을 거쳐 그것이 다시 감정적 암초로 파괴되곤 하는데 그 파열음은 어떤 붕괴음에 못지않다. 사랑이라는 말들로 쓰여진 결혼이라는 곡에 붙여진 멜로디가 ‘으악 아악 하악 엉엉 우웩’ 등의 의성어 및 의태어일 때 어떤 안무가 나타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결코 다정한 커플 댄스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사랑의 배신감을 다루고 있는 많은 영화들 중 최강자를 꼽아보자면 역시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2005년 작 ‘클로저’를 첫 손에 꼽게 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네 인물의 이야기인 ‘클로저’는 가까이 다가설수록 멀어지는 타인, 진실을 알게 돼도 돌이킬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뼈아픈 순간들을 기록한 보고서에 가까운 영화다. 상대방에게 눈이 머는 것이 사랑이라면 눈먼 자신 또한 스스로를 볼 수 없는 것은 마땅한 이치다. ‘클로저’의 인물들은 타인도 스스로도 알아보지 못한 채 흔들리고 주저앉는다.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클로저’는 사랑이라고 선택한 순간 앞에 눈먼 사람들, 그 사람들이 부유하나 만나지 못하는 풍광을 담고 있는 쓸쓸한 노래 같은 영화다. 이영화의 근사한 OST 속 노랫말들이 세월이 지난 후 더욱 또렷이 들리게 되는 것은 영어 듣기 능력의 향상이라기보다는 사랑을 지나쳐온 시간들의 누적 덕인 것만 같다. ‘나는 당신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는 말은 당신이 감히 우리의 약속을 깰 수 있냐는 분노의 일갈일 텐데 돌아오는 대답은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지 않냐’라니 이 죽일 놈의 사랑 참 어렵고 너라는 말종도 나라는 관종도 모두 인간 참 야속하기만 하다.

<진명현 독립영화스튜디오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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