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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혁의 건강&생활] 치매와 언어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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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의 한 여성이 '예술의 전당'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갑자기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당황하다가 얼떨결에 '전설의 고향'이라고 했는데, 기사분은 아무렇지도 않게 '예'하면서 '예술의 전당'에 모셔 줬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반인 치매 특강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웃으면서 자기 일처럼 공감을 한다. 많은 분들이 대화 중에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말문이 자주 막히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 또는 텔레비전 속의 가수, 탤런트 이름을 떠올리지 못해 고생한 경험이 있다. 이런 증상들이 치매의 증상일까? 중년에 들어서면서 이전과는 달리 적절한 단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전두엽의 노화로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는데 그 효율이 떨어져서 저장된 단어나 기억을 인출하는데 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는 세월에 흔적으로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노화의 한 과정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언어장애는 언어구사능력이 저하되어 대화 중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말문이 자주 막히는 단어 찾기 곤란증으로 시작되어, 이름대기 곤란증, 언어 이해력 저하 순으로 진행된다.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에둘러 말하기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구체적인 명사나 고유명사 대신 '그것'과 같은 대명사 사용빈도가 증가된다. 그러나 치매 초기에는 언어장애는 심하지 않기 때문에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정상 노화의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초기 언어장애보다는 기억력 장애가 더 뚜렷하고, 단어 찾기 곤란증뿐만 아니라 언어 유창성, 이해력 등 언어기능 저하도 동반해 점점 진행된다. 환자의 말은 짧고 자주 끊어지며 내용이 빈약하고 때로는 앞뒤가 맞지 않아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되고 또한 환자 본인도 타인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된다. 결국에는 말도 못 하고 말을 이해하지는 못하는 실어증에 이르게 된다.

치매 중에는 언어 치매라고 불리며 기억력 저하보다 언어기능 저하가 먼저 나타나는 치매도 있다. 의미 치매는 말은 유창하지만 단어에 대한 의미 상실을 특징으로 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단어 이해가 보존되고 단어 찾기 곤란증이 가장 두드러지는 반면 의미 치매 환자는 단어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단어, 사물, 개념에 대한 의미를 점진적 상실해 힌트를 주더라도 그 단어를 떠오르지 못한다. 진행성 비유창실어증도 언어 치매의 일종으로 초기 다른 인지장애나 행동의 이상은 없지만, 말하기 어려워하고 자주 말이 끊기고 더듬거리거나 우물쭈물하는 등의 언어의 유창성, 발음, 단어 선택의 어려움을 나타낸다.

중년 이후에 흔히 나타나는 언어기능 변화를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미리 걱정할 필요하는 없다. 독서, 다양한 사회활동, 걷기 운동 등의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통해 충분히 언어기능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치매 환자와 대화를 할 때는 그들의 언어 변화를 이해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짧은 문장으로 천천히 이야기하고 질문을 한 후 그 대답을 충분히 기다려야 한다. 답을 하지 못할 때는 다시 예시를 들어서 그 질문에 '예', '아니오' 간단히 답할 수 있게 하거나 또한 신체적 언어를 통해서 이해를 도와야 한다. 우리가 말을 처음 배울 때처럼 말이다. <박준혁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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