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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포스트 코로나19] (3)사회복지
TV가 유일한 친구… 사회관계 단절로 고립된 노인들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20. 05.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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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노인들의 친목공간이자 쉼터 역할을 하던 경로당 문이 코로나19로 두 달 넘게 굳게 닫혀 있다. 강희만 기자.

경로당·복지관 이용 중단에
사회적 고립 노인들 '우울'
낮은 문해력·디지털 격차에
재난대응 정보 습득도 제한

일자리 사업 중단 장기화
1만1300여명 수입 끊겼지만
사업 재개 일정은 '미지수'

생존 위협 받는 취약계층…
또 다른 재난 발생 대비한
복지공백 해소 체계 구축



코로나19가 몰고 온 '사회적 거리두기'는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겐 더 가혹하다. 노인들의 친목공간이자 쉼터 역할을 하던 마을 경로당과 복지관은 2월 하순부터 문을 닫은터라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이 장기화되며 우울감도 커지고 있다.

평범한 일상을 집어삼킨 코로나19로 인한 불편함은 젊은세대들도 물론 겪는다. 하지만 디지털 중심의 비대면 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집에서 유료영화를 보고, 온라인으로 필요물품을 배송받고, 온라인을 통한 인간관계 형성 등 손쉽게 대체재를 찾으며 코로나 국면에 빠르게 적응중이다. 반면 노인들은 코로나19의 높은 치명률 공포 속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사실상 집에 갇혀 석 달 가까이 고립생활중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발병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험과 축적된 지식으로 방역시스템 보강 등 감염병 대응체계를 발전시켰다. 그래서 언제 다시 평범한 일상을 덮칠지 모를 재난상황에서도 취약계층의 일상을 지켜줄 촘촘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립된 노인에게 TV는 유일한 친구=낮 시간을 주로 경로당이나 복지관에서 보내던 고령 노인들은 현재 집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쓰레기를 버리거나 가까운 마트에 필요한 물품을 사러 가는 일 정도다. 사회적 관계 단절 속에서 독서나 신문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문해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이 많아 전화로 코로나19 관련 재난문자가 연신 울려대도 그냥 넘긴다. 확진자 동선이나 마스크 재고 등 관련 정보를 확인하려면 인터넷 활용능력이 필수적인데 이마저도 노인들에겐 버겁기만 하다. 집 안에서 깨어있는 시간 그나마 외로움을 달래줄 유일한 친구는 TV 뿐이다.

호남지방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현재 제주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자 1인가구는 1만7810가구로 총 가구의 6.9%에 달했다. 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현재 15.1%에서 2047년에는 36.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3명 중 1명 이상이 고령인구가 되는 셈이다.

▶멈춰선 노인일자리 사업=올 1월 초 시작됐던 도내 노인일자리사업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우려로 2월 하순부터 멈춰섰다. 1만1350명(제주시 6810명, 서귀포시 4540명)의 노인들의 주요수입이 끊긴 것이다.

코로나19로 자원봉사자 등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도내 한 장애인복지시설 입구에 시설 종사자와 방문자의 방역지침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문미숙기자

보건복지부는 노인일자리 중단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익형 참가자 중 희망자에게 3월 한 달치 인건비(활동비) 27만원을 지난 4월 선지급한 상태다. 이는 노인일자리가 공익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으로 나뉘는데 공익형의 경우 저소득층 노인이 많이 참여해 일자리사업 중단에 따른 당장의 생계위협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어서다. 제주에서는 공익형 일자리 참여자 9283명 중 40.9%(3798명)가 활동비를 미리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3~4월 일자리사업 중단으로 미지급된 활동비 보전을 위해 최근 지방자치단체에 월 30시간인 공익형 활동시간을 사업이 재개되면 월 최대 42시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해 공익형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임금을 4개월간 기존 27만원에서 32만9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활동비의 70%를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30%는 상품권으로 받겠다는 희망자에 한한 것으로 현금 18만9000원과 상품권 14만원을 지급하게 된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공익형 노인일자리사업 참여 노인을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중인데 30%를 상품권으로 받겠다는 이들이 좀 더 많다"고 말했다.

호남지방통계청 조사를 보면 도내 고령자 1인 가구의 생활비를 본인이 부담한다는 비율은 제주가 68.7%로 전북(46.2%), 전남(45.7%), 광주(43.8%)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올해 장애인 986명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일자리사업도 일반형 일자리 46명을 제외하곤 3월 초부터 중단된 상태다. 급여의 70%를 휴업급여로 받고 있긴 하지만 일자리 참여자의 93%가 주로 읍면동 환경정비 등 주14시간 일하는 복지일자리 참여자임을 감안하면 수입 감소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하다.

도내 장애인복지시설 입소자들도 집단감염 우려로 봉사단체 등 외부인 출입이 전면 제한되면서 답답한 날들의 연속이다. 제주시 화북동 소재 제주애덕의집 김봉진 사회복지사는 "30여개 자원봉사단체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와 장애인들과 영화보기, 외식 등 나들이를 자주 했던터라 봉사자들이 언제 찾아오느냐고 물어보곤 한다"고 말했다.

▶재난 상황에서도 복지시스템 작동해야=지난 8일 제주 코로나19 확진자가 모두 퇴원해 코로나 청정지역이 됐던 제주는 9일 서울 이태원 클럽을 다녀왔던 30대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언제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종식 전까진 집단감염이 어디서 터질지 우려가 여전하고, 어렵게 종식된다 하더라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 등 몇 년 단위로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터지는 걸 보면 언제든 유사한 재난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재난상황에서 취약계층은 가장 생존에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역 복지관이나 경로당이 문을 닫아도 노인이나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돌봄서비스가 작동하도록 공공성 강화와 함께 지역사회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웃의 위기가구 상황을 공유하면서 복지공백을 최소화하는 시스템 구축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노인일자리사업 중단으로 한 달에 10차례 방문 노노케어를 받던 도내 960명의 노인들도 두 달 반 넘게 전화 안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대면 서비스여서 노인일자리사업이 순차적으로 재개되더라도 맨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읍면동별로 구성돼 지역 구성원들의 사정을 잘 아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지역의 인적관계망을 통해 취약계층의 고립감을 덜어줄 방안 마련을 제안한다. 또 재난상황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고, 독서 등으로 무료한 시간을 달랠 수 있도록 경로당에서의 문해교육이나 디지털 정보격차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기 위한 소규모 맞춤교육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제주도의회 김경미 의원은 "송파 세 모녀 사건 후 꾸려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지역 인적자원을 활용해 복지관이나 경로당이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만 지내는 노인들의 안부를 챙기는 등 공동체 안에서의 돌봄을 통해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정서적 안정도 돕는 연대·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 의원은 "감염병 상황에서 장애인이나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서비스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만큼 관련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선희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제주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만큼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서 이들의 고립감을 해소할 사회 안전망에 대한 심층연구가 절실하다"며 "공공 중심의 한계 극복을 위해 이웃관계망을 활용해 집 주변에서 상시 가능한 프로그램 발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미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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