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의 목요담론]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행동과 행위

[김태윤의 목요담론]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행동과 행위
  • 입력 : 2020. 03.05(목) 00:00
  • 강민성 수습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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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해도 피로에 대한 느낌이 다르다.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피로를 경험할 때가 있지만 전혀 피로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가 솟는 것을 체험하기도 한다. 아마도 보이지 않는 정신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의 언행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요인이 작용하며, 그 크기도 다르다. 그러한 차이가 개인이나 사회에 또 다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몸짓이나 움직임, 언행 등을 '행위' 또는 '행동'이라 한다. 과연, 우리가 사용하는 이들 용어에 정신적인 차이까지 표현하고 있을까? 그 쓰임새를 살펴보았다.

국어사전에는 행위와 행동을 '목적이나 동기를 가지고 의식적으로 행하는 의지적인 언행'이라 풀이하며, '같은 말'로 분류한다. 그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면, 행위는 '환경에서 유발되는 자극에 대한 생물체의 반응',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하는 짓'이라 한다. 그리고 행동은 '내적 또는 외적 자극에 대한 생물체의 반응', '몸을 움직여 동작을 하거나 어떤 일을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만으로 행위와 행동의 차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일까?

혹자는 행위와 행동이 서로 긴밀히 연계돼 있다고 한다. '행위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든 몸짓,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고, 행동은 그러한 행위를 수반하게 만드는 마음의 작용'이라고 한다(다음카페, OO연기학원). 즉, 행동이 행위를 파생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편, 행위와 행동은 완전히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인도의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는 "상황에 적절치 않은 행동은 모두 행위"라고 했다. 그는 행동을 할 때에는 무엇 때문에 활동하고 있는지, 이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주체가 자기임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행위를 할 때에는 행위의 주체인 자기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드러나는 몸짓과 움직임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강박관념으로 무엇을 하고 있거나 반복적으로 하는 습관, 남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 하는 것들은 행동일까, 행위일까? 오쇼는 이 모두를 행위라 하고 있다. 그는 수동적 행위를 지양하고, 자신의 주인(자기)으로 사는 주체적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이나 생각에 깊이 몰입할 때가 있다. 몰입하는 동기를 생각하며, 자신이 어떻게 감응하는지 살피고 있다면 그것은 행동이다. 그러나 자신의 몰입이 상황을 피하려 하거나 자기로부터 벗어나려고 반응한다면 그것은 행위일 것이다. 따라서, 행동은 간결하고 신선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더하는 목표 지향적인 언행이다. 그러나 행위는 복잡하고 과거를 답습하며, 에너지를 소진하는 수단 중심적인 언행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이 코로나19로 혼란스럽다. 감염병의 직접적인 위험성에 비해 심리적 불안과 두려움이 더 크고 무섭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몰입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바른 행동과 역량 결집이다. 코로나19를 두고 불필요한 상황을 부각시키거나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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