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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호의 구라오(古老)한 대국
[심규호의 구라오(古老)한 대국] (20)군자와 소인
아홉 가지 군자의 길… 두루 사귀되 패거리 짓지 않는다
유재선 기자 sun@ihalla.com
입력 : 2019. 08.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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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다스리는 자에 해당
한쪽만 두둔 않고 두루 배려
마음에 거칠 것이 없이 활달
청말에 군자·소인 논변 유행
"군자는 왜 소인을 못이길까"
소인이 나날이 늘어나는 세태


어느 인간이나 사회든 목표가 있기 마련이다. 그 목표를 향해 개별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오랜 세월 축적한 것을 우리는 문화라고 부른다. 설사 목표가 선하지 않다고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말인 즉 문화에는 선한 부분도 있고, 악한 부분도 있으며, 양자에 속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인류가 대체적으로 우량한 문화를 소유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나마 선한 부분이 악한 부분을 제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 과반수에 달할 것인가? 인류의 문화전쟁은 바로 이를 위한 싸움인지도 모르겠다.

군자가 깊이 생각해야 할 아홉 가지(九思).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사회든 나름의 이상적인 인격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구의 신사紳士나 성인, 성도聖徒, 중국의 성인, 군자, 한국의 선비, 일본의 무사 등은 일종의 집단인격의 모델로 상정되었다. 그렇다면 중국의 군자는 어떤 인물이고, 이에 반하는 소인은 또 어떤 인물인가?

청대 학자 유월은 '군경평의群經平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서에서 군자, 소인을 말한 것은 대부분 지위로 말한 것이다. 한대漢代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후대 유가들은 오로지 인품으로 군자, 소인을 말했으니 옛 뜻과 다르다." 군자는 원래 '군왕지자君王之子'의 준말로 지위가 높은 사람, 통치자, 또는 귀족 남자의 통칭으로 소인 또는 야인野人과 상대되는 말이다. 공자는 이러한 군자에게 소인과 대별되는 특별한 인격을 부여했다. 군자가 바로 사회와 나라를 올바르게 운영해야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주나라 봉건제가 무너지고 진한시대가 지난 후에도 여전히 군자가 중시된 까닭은 공자에 의해 이상인격으로 간주된 것과 무관치 않다.

공자 초상.

'논어'에 보면 공자의 핵심 개념인 인이나 덕보다 군자에 대한 언급이 훨씬 많다. 이는 군자에 대한 논의가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군자가 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 문화학자이자 저술가인 위추위余秋雨는 '군자의 도(君子之道)'라는 책에서 군자의 길을 아홉 가지로 나눈 바 있다. 첫째, 군자는 덕을 생각한다. 둘째,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민중의 덕은 풀과 같다. 바람이 풀을 향해 불어오면 풀은 바람을 따라 눕는다. 셋째, 군자는 다른 이의 아름다움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넷째, 군자는 두루 화친하며 편을 만들지 않는다. 다섯째, 군자는 마음이 시원하고 너그럽다. 여섯째, 군자는 중용을 지킨다. 일곱째, 군자는 예를 중시한다. 여덟째, 군자는 기물이 아니다(君子不器). 아홉째, 군자는 치욕을 안다. 아홉 가지 가운데 여섯 가지는 '논어'에 나오는 말이고 다른 것은 '중용中庸'이나 '맹자', '좌전' 등에 나온다. 하지만 모두 공자의 군자관과 일맥상통한다.

사진 왼쪽은 전각(篆刻)한 '君子不器(군자불기)'. '군자는 기물이 아니다'라는 의미를 지녔다. 사진 오른쪽은 '논어·위정'에 나오는 문장인 '주이불비(周而不比)'. 군자는 두루 사귀되 패거리 짓지 않는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다. 공자는 '논어' '이인里仁'에서 "군자는 덕을 생각하고, 소인은 땅을 생각하며, 군자는 법을 지킬 것을 생각하며, 소인은 은혜 받기를 생각한다."라고 했다. 공과 사의 문제이자 선후의 문제일 따름이다. 주희는 이렇게 주석을 달았다. "회懷란 생각하다는 뜻이다. '회덕懷德'이란 고유의 선함을 보존한다는 말이다. '회토懷土'는 있는 곳의 편안함에 빠진다는 뜻이다. '회형懷刑'이란 법을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회혜懷惠'란 이익을 탐한다는 뜻이다. 군자와 소인의 취향이 다름은 공과 사의 사이일 뿐이다." 여기서 군자는 통치자를 말하는 것이고, 소인은 일반 백성을 말한다. 사실 일반 백성은 자신이 사는 곳에서 자족하며 삶을 영위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군자는 다르다. 그는 다스리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땅에 안존하기만 바란다면 누가 사회를 책임질 것인가?

'和而不同(화이부동)'. 군자는 조화롭되 똑같지 않다.

"군자는 두루 사귀되 패거리 짓지 않으며, 소인은 패거리를 짓고 두루 사귀지 않는다." '논어·위정'에 나오는 문장이다. '두루 사귀되 패거리 짓지 않는다(周而不比).'는 말에 대해 주희는 "여러 사람들을 후대하되 한 쪽만 두둔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여러 사람을 후대한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을 배려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다른 이에게 행하지 마라(己所不欲, 勿施於人)."('안연顔淵') 이 보다 큰 배려가 있을까? 이렇게 넓은 마음을 지니고 있으니 "군자는 마음에 거칠 것이 없이 활달하지만 소인은 항시 근심 걱정으로 가슴을 졸인다."('술이述而') 반면에 한 쪽만 두둔한다는 것은 편애한다는 뜻이다. 편애하기 때문에 패거리를 짓는다. 패거리를 지으면 다른 쪽을 배척하기 마련이다. 자신들의 것을 지키고 다른 이들의 것을 배척하니 조화로울 수가 없다. 하여 "군자는 조화롭되 똑같지 않으며 소인은 똑같으나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자로')

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다른 이에게 행하지 마라"는 뜻이다.

하지만 사람은 본시 모여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존재이다. 씨족이 모여 부족이 되고, 부족이 합쳐져서 국가가 되고, 국가가 모여 세계가 된다. 우리는 곧 울타리이니 끼리끼리 모이는 것이 습속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 울타리는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다. 너와 나도 우리지만 부족도 우리가 될 수 있고, 국가도 우리가 될 수 있으며, 세계도 또한 우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패거리가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의 문제일 따름이다. 당대 사학자 오긍吳兢은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자와 소인은 일정함이 없으니 선한 일을 행하면 군자이고, 악한 일을 행하면 소인이다." 지나치게 단순화한 경향이 없지 않으나 이 역시 옳은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악한 일이 아니라 선한 일을 행할 수 있는가? 덕을 쌓아야 한다. 사서四書 가운데 한 권으로 대인의 학문을 밝힌 '대학'에 따르면, "군자는 먼저 덕에 신중해야 한다. 덕이 있어야 사람이 있고, 사람이 있어야 땅이 있으며, 땅이 있어야 재물이 있고, 재물이 있어야 쓸 것이 있다. 덕은 근본이고, 재물은 말단이다." 순자荀子 역시 "군자는 덕으로써 행하며 소인은 힘으로 행한다."('부국富國')고 하여 군자와 덕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덕을 쌓을 수 있는가? 당대 위징魏徵의 말에서 단초를 얻을 수 있다. "군자의 마음은 인의를 실천하여 큰 덕을 밝히고, 소인의 성정은 험담과 아첨을 좋아하여 일신을 도모한다."('십점불극종소十漸不克終疏')

말은 참 쉽지만 실천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청말에 이르러 문인들 사이에 의리義利에 관한 논변과 더불어 군자와 소인에 관한 논변이 유행했다. 흥미로운 것은 소인이 아닌 군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군자가 왜 소인을 이길 수 없는가를 논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정신孫鼎臣은 "군자가 소인을 이기는 것은 우연한 일이고, 소인이 군자를 이기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라고 하여 군자는 나날이 줄어들고 소인은 나날이 늘어나는 세태를 고발했다. '군자론'을 쓴 유월 역시 군자가 소인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군자가 오히려 소인에게 이용당하는 현실을 개탄한 바 있다.

군자? 아니면 소인?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군자가 되는 것은 힘들어도 소인이 아니 될 수는 있다. 가장 흉측한 것은 소인인데 군자인 척하는 것, 이른바 위군자僞君子 짓인데, 이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심규호·제주국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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