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현장시선]제2공항의 민심을 들어라

[이영웅의 현장시선]제2공항의 민심을 들어라
  • 입력 : 2019. 08.16(금) 00:00
  • 김도영 수습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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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문제는 요즘 날씨만큼이나 여전히 뜨겁다. 제2공항 건설로 농지를 수용당하고, 소음문제를 비롯한 생활환경의 피해를 보게 될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더 거세지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제주의 난개발 문제가 심각해지고, 과잉관광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면서 "작은 섬 제주에 굳이 두 개의 공항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하는 여론도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제2공항 계획의 추진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도민여론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2공항 입지 선정의 근거가 된 용역보고서의 데이터 오류와 평가조작의 문제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 공항의 최적 활용방안을 검토해 보니 제2공항을 건설하지 않더라도 장기 항공수요를 충족할 수 있겠다는 사실도 국토부는 꽁꽁 숨겨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발표된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보고서에서 제2공항의 기능을 현 공항의 보조공항 수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 공개되면서 제2공항의 필요성에 더욱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제2공항은 국내선 50%만 처리해 2035년 연간 1690만명을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애초 제2공항 추진 당시에는 국제선 전체와 국내선 절반을 수용해 연간 2500만명을 처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예비타당성조사 역시 이 계획에 근거해 사업타당성을 분석했고, 사업타당성을 겨우 확보했다. 하지만 변경된 계획대로라면 사업타당성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수준으로 보인다.

이처럼 제2공항 건설의 타당성과 명분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고, 지역의 여론도 눈에 띄게 변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지역여론을 애써 무시하려는 자세이다. 국토부는 올 10월 기본계획 고시를 예고하는가 하면 날림 수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절차적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도 여전히 강행모드를 고수하고 있는 국토부의 행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방송사들이 최근에 실시한 도민여론조사에서도 제2공항 건설계획과 관련한 지역여론을 읽을 수가 있다. 특히 주목되는 내용이 바로 도민공론화의 필요성 여부에 대한 도민들의 생각이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80%에 육박하는 도민들이 제2공항의 문제와 갈등해결 방안으로 도민공론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는 대부분의 지역여론은 찬성과 반대를 떠나 지역의 문제는 도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우리는 4대강 사업이나 핵폐기장 건설사업 등 민감한 현안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수렴과 절차적 투명성을 무시하고 계획을 강행하면서 빚어진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익히 보아왔다. 가깝게는 지난 10여 년간 제주사회의 핵심 현안이었던 제주해군기지의 문제도 절차적 정당성과 주민의 자기결정권을 박탈하면서 초래된 갈등이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 오면서 또 다시 뻔히 발생할 갈등을 알면서도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강행하려는 것은 엄연한 국가폭력이다. 그리고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적극적인 중재와 도민 의견을 반영한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정치권 역시 직무유기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도민의 변화된 여론을 읽고, 제2공항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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