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성평등 문화가 깃든다] (5)서울 성평등 정책 활동 ①

[제주에 성평등 문화가 깃든다] (5)서울 성평등 정책 활동 ①
"성차별 인식 좁히는 교육… 문제는 가치 구현 방법"
  • 입력 : 2019. 07.31(수) 00:00
  • 이소진 기자 s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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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도서관 '여기' 2015년 개관
성평등역사·여성정책 등 자료 집약
지난해 설립 성평등활동지원센터
로리주희 센터장 "성인지 감수성
확대 위해선 '중간통역사' 필요"


서울특별시는 성평등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수도권인 만큼 성평등 관련 이슈가 뜨겁고, 논쟁도 꾸준하다. 그만큼 성주류화 기반과 조직이 탄탄한 지역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의 시설과 인력을 투입하고 성평등 현실화에 앞장서고 있다. 본지는 2회에 걸쳐 서울시 성평등 정책 활동을 살펴보려고 한다.

성평등도서관 '여기' 고 박영숙 여성운동가 기념공간



▶성평등도서관 '여기'="다른 것을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만나는 것, 열려있는 공간에 들어가 어우러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여성이 가진 관계성의 고유한 특징이며 우리가 지향하려는 사회를 여성적 관점에서 상상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대표 강경희)이 운영하는 성평등도서관 '여기'에 기록된 고(故) 박영숙 여성운동가의 말이다. 도서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한 줄이다.

성평등도서관은 성평등 관련 여성가족 분야의 전문적인 연구 및 현장 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정리·열람·보존해 연구자와 활동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국내 최초 성평등 정책전문도서관이다. 이른 바 '성평등 플랫폼'이다.

성평등 활동을 했던 기억의 장소에 메시지 남기는 공간.

2015년 7월 서울시여성가족재단 2층에 개관했으며, 현재까지 1만3000여권의 여성관련 정책 자료집과 단행본, 전기단행물, 연구보고서 등을 비롯해 성평등 관련 일반 서적들을 전시하고 있다. 보관자료는 대부분 기증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90여개의 국내외 여성단체·유관기관의 자료와 110명의 개인기증 자료 등이 보관돼 있다. 이용자는 지난 4년간 총 2만9000여명이다.

도서관의 중요한 역할은 기록과 보존, 공유다. 온라인(www.genderlibrary.or.kr)을 통해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아카이브에는 5만건의 여성 관련 자료들이 수록돼 있다.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살해사건을 추모하는 포스트잇 낱장은 물론, 여성 정책 자료들이 담겨있다. 특히 보관자료 중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증한 사건기록도 보관돼 있다.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 국제법정 자료,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자료 등 보관 가치가 높은 자료다.

성평등도서관 '여기'의 내부 모습.

장소에 대한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왜 여성만을 위한 도서관을 만드냐' '공공도서관이면서 일반 자료들은 없으냐' 등의 문제제기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 역시 도서관은 성차별의 격차를 좁히는 장소로써 지속해야 할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

도서관 사서인 조화순씨는 "도서관을 자주 찾아와 성평등 관련 서적을 읽던 동네 할아버지가 계셨다"며 "어느날 '이제서야 부인과 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는 말씀을 하셨다. 성평등도서관이 존재하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성인지 감수성 확대를 위해서는 '중간 통역사'가 필요하다. 판을 벌리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활동가들을 충전(지원 및 역량강화)시켜주면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다."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의 로리주희 센터장에게 민간으로의 확산 방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로리주희(오른쪽) 센터장과 신민자 기획운영팀장

센터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여성단체와 활동가를 지원하는 공적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렴해 3~4년 정도 논의기간을 거쳐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사)여성사회교육원에 위탁됐다. 지난해 3월 27일 문을 열었다. 활동 대상은 민간이다.

목표는 ▷여성NGO와 개인 활동가 지원을 통한 민간영역 역량 강화 ▷차세대 성평등 여성주의 활동그룹의 성장 지원 ▷활동가 대상 성평등 및 성인지 교육 등이다. 성평등 교육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통해 '성평등한 혁신도시 서울'을 조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방향이다.

센터 내 회의실 '솜'

최근 차세대 성평등활동가 양성을 위한 '풀뿌리 여성주의 아카데미'와 영상교육과 접목한 '젠더 아카데미', 북경여성행동강령 25주년을 맞아 마련한 '글로벌 성평등 트랜드 따라잡기' 등의 강의를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회의실 '숨'의 대관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 개인 단위의 대관도 잇따르고 있다. 대관 실적은 1월부터 6월까지 총 81회로, 일주일에 3~4번 꼴이다.

특히 센터 내 시설이 인상적이다. 화장실은 성별분리 표지판이 없고 1인 화장실로 꾸며졌다. 남성용 소변기에 문이 있는 칸막이를 설치해 사생활 침해를 막았다. 또 사무실 바닥에 온돌을 설치하는 등 사무실 내 성차별적 요소들을 개선했다.

남성용소변기에 문이 있는 칸막이를 설치했다.

로리주희 센터장은 "서울의 중심에서 조금 먼 서북 동네에, 게다가 서울혁신파크 끝 건물, 그것도 6층으로 찾아오는 활동가들을 보면서 성평등 교육의 목마름을 느낀다"며 "성평등 요구가 빠르게 바뀌고 늘어나고 있어 활동가들의 고민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성평등 교육) 대상에 대한 연구, 분석, 소통의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성평등 콘텐츠는 누군나 알고 있다. 문제는 가치를 구현해 내는 방법이다. 연령이나 직군별 대상의 특화를 통한 콘텐츠 개발과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평등전문기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 교육의 허브… 2760만명 교육 이수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원장 나윤경·이하 양평원)은 '양성평등 교육의 허브'로 통한다. 양성평등의 가치 확산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양성평등기본법 제46조에 의해 2003년 법인으로 설립돼 올해 17년차를 맞았다. 성차별 개선 논의가 최근 활발해진 것과 비교하면 앞서나간 것이다.

양성평등 교육과 성인권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설립 목적은 양성평등 교육과 성인지 교육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진흥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의 남녀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별에 관계없이 개인의 능력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주요 사업은 ▷양성평등 인식 확산 ▷폭력예방 기반 강화 ▷스마트교육 저변 확대 등이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대상 정책 교육은 성인지력 향상 교육, 양성평등 정책 교육, 성별영향평가교육, 성희롱고충상담원교육 등으로 구성됐다.

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양성, 양성평등·성별영향평가교육 전문강사 양성 등도 실시한다.

양평원의 성인지 정책교육을 이수한 공무원은 지난해말 기준 7만2781명에 이르며, 양평원 전문강사는 3662명, 대국민 대상 교육 실적은 2750만6347명(누적)으로 집계됐다.

사이버 원격교육도 64만2875명이 이수했으며, 양평원 누적 교육생수는 114만2190명이다.

양평원 교육을 이수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제주도내 성인권 강사는 1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유일의 성평등 동영상 서비스 '젠더온(genderon.kigepe.or.kr)'을 운영하며 성인지 감수성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콘텐츠는 ▷10대에게 양성평등이 좋은 이유 ▷유아에게 양성평등이 좋은 이유 ▷도오전! 차별언어퀴즈 등 세대별 눈높이에 맞춤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의 젠더 트레이너를 초청해 세계 여성들과 함께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설립 17주년을 맞은 양평원이지만 여전히 사회적 편견에 맞서고 있다. 부정적 시선을 가진 이들에 의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성차별적 시선을 가진 이들을 설득하는 언어와 논리를 개발하는 성평등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소진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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