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 모음 살리기에 우리 모두 함께하자

[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 모음 살리기에 우리 모두 함께하자
  • 입력 : 2019. 07.17(수) 00:00
  • 김도영 수습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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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어 사용과 보존에 대한 분위기가 많이 나아졌다. 간판과 안내문에 제주어가 종종 눈에 띄고, 거리와 모임 등에서 제주어가 자주 들린다. (사)제주어보전회에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교 방문 제주어 교육은 좋은 반응과 함께 요청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 '모음의 표기가 활성화되지 않은 게 무척 아쉽다.

'· '모음은 제주어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이자 우리말의 보물이다. 이 모음은 제주어가 많이 간직하고 있는 음소이고, 제주의 많은 토박이 어르신들이 훌륭한 발음으로 보유하고 있다. 또한, 훈민정음의 모음 제자원리(制字原理)에, 하늘의 둥근 모양과 땅의 평평한 모양, 그리고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을 본떠 각각 '· , ㅡ, ㅣ'가 기본 삼재(三才)로 등장하고 있다. '· '모음은 하늘을 상징하면서 우리말 표기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모음의 신세가 무척 가련하다. 이 모음을 포함하는 표기가, 책자나 간판에는 가능하지만, 요즘 대세인 '스마트폰'의 'SNS'나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에서는 불가하다. 그게 가능한 국내 이동통신사가 있기는 하나 같은 통신사 가입자끼리만 통하며, 이 기기에서 보낸 문자도 다른 회사 제품에서는 깨져버린다. 그래서 '웹'상에서는, '말(馬)'을 'ㅁ·ㄹ'처럼 나란히 배열하는 매우 원시적인 방법으로 표기하여 소통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호칭이, '하늘아'라면 몰라도 '옆아(?)'인 'ㅏ'와 구분하기 위함인지, '아래아'로 불리는 것도 큰 설움이다. 이런 신세는 속칭 '쌍아래아'로 불리는 이중모음 '··'도 같다.

'·'와 '··'모음의 사용은 활성화되어야 한다. 삼재 중 'ㅡ'와 'ㅣ'는 홀로 자음과 함께 표기가 가능한데 '··'만 배제되고 있다. 이 모음은 원래부터 있었고, 원래의 우리말이 간직하고 있기에 매우 소중하다. 이 소중한 자산이 제주어에 아직 잘 남아있기에 살리자는 것이다. 지방의 언어라고 표기의 가불가(可不可)를 기준으로 차별되거나 무시되어서도 안 된다. 혹시, 제주어에서도 소수만이 발음하고 있어서 'ㅗ'나 'ㅏ'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 역시 옳지 않다. 'ㅁ·ㅁ 쿡' 대신 '몸국'을 맛있게 먹을 수 없고, 'ㅊ·ㅁ지름'을 '참지름'으로 표기할 순 없지 않은가. 우리말에도 모음이 실제 발음이 아니라 표기로 구분되는 경우는 많다.

'·'모음을 살리기 위해서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일상의 언어는 물론 책자나 간판의 표기, '웹'상의 소통에 '·'나 '··'모음이 들어간 어휘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고, '인터넷'이나 '내비게이션' 등에서 두 모음의 표기로 검색할 수 있게 통신사와 제작사는 협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계된 학계와 단체 및 기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회사에 적극 요구하고, 필요하면 정부도 나서야 한다. 이는 제주어를 보전하고 그 가치와 위상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서 훌륭한 우리말의 본 모습을 지탱하고 자랑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모음 살리기에 우리 ㅁ·ㄴㅎ·ㄴ디ㅎ· 게마씸!

<이종실 사단법인 제주어보전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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