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윤의 월요논단] '제주어 대사전'이 꼭 담아내야 할 것들

[김동윤의 월요논단] '제주어 대사전'이 꼭 담아내야 할 것들
  • 입력 : 2019. 05.20(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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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대사전(濟州語大辭典)'이 편찬된다고 한다. 제주학연구센터가 그동안 사전 편찬을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해왔으며, 그 연구를 바탕으로 조만간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는 소식이다.

제주어 사전은 이미 몇 권 나와 있다. 제주도 차원에서는 1995년의 '제주어 사전'에 이어 2009년에 '개정 증보 제주어 사전'이 간행되었고, 현평효의 '제주방언 연구(자료편)'(1962), 송상조의 '제주말 큰사전'(2007) 등 개인 성과물도 있다. 그런데도 왜 '대사전'이란 이름으로 새로이 사전을 편찬하려는 것일까. 기존 사전으로 제공되는 정보의 한계가 많다는 점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한계를 극복해낸 좋은 사전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취지에서 몇 가지 사항을 부탁코자 한다.

첫째, 새로 나올 '제주어 대사전'은 온라인에서 쉽게 검색 활용되도록 편찬되어야 한다. 이는 새 사전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한국어의 경우 국립국어원의 '표준 국어 대사전'이 온라인으로 제공된 지 10년이 더 지났고, 고려대가 펴낸 '한국어 대사전' 콘텐츠도 '다음 국어사전'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요즘엔 종이 사전보다는 온라인 사전이 훨씬 더 많이 활용된다는 엄연한 현실을 '제주어 대사전' 편찬에서도 감안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둘째, '제주어 대사전'에서 꼭 필요한 부분은 발음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온라인 사전의 장점은 검색이 손쉽다는 점과 함께 발음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기에, 장점은 적극 활용해야 마땅하다. '아래아(ㆍ)'가 구현된다는 점이 제주어의 특징으로 꼽히지만 그것을 정확히 알아듣고 발음하기는 쉽지 않다. 외지인들은 물론이고 제주 토박이들도 40대 이하에서는 제대로 발음하는 이가 드물다. 이대로 간다면 제주어의 모음체계에서 아예 사라져버릴 날이 머지않다. 온라인 사전이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 제주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토박이의 발음이 온라인 '제주어 대사전'에서 제공되는 것보다 더 나은 제주어 보전 방안이 어디 있겠는가. 발음서비스야말로 이번 사전 편찬 작업에서 절대적 필수적 사항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셋째, '제주어 대사전'은 용례를 풍부하게 제시해줘야 한다. 기존의 제주어 사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불만은 용례가 제시되어 있지 않거나 불충분하게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제주어에서만 존재하는 말들, 표준어와는 다른 뜻이나 다른 뉘앙스로 쓰이는 말들의 경우에는 정확한 뜻풀이와 함께 적절한 용례를 제시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에 채록된 여러 유형의 구술(口述)자료, 문학 작품 등의 문헌자료 등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용례 불충분의 불만은 대폭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사전 편찬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폭넓은 활용도 주문하고 싶다. 핵심 역할은 제주어 전문가와 국어학자가 담당해야 하겠지만, 어휘 수집, 용례 제시, 검증과 교열 등의 과정에서 인접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서두르지 말자. 기한에 쫓겨 부실해진 '표준 국어 대사전'의 사례를 답습해서야 되겠는가.

<김동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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