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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미의 한라칼럼] 소확행에 빠진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입력 : 2018. 09.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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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을 누벼도 찾지 못했던 파랑새를 꿈에서 깨어 바로 머리맡 새장 안에서 발견했다는 동화 '파랑새'는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은 정작 가까이에 있음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이다. 흥미롭게도, 이 행복론이 최근에 갑자기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이 열풍이 심상치 않았음은 올 한 해 청년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된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라는 단어 그 자체에서도 실감하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간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쳐 온 지난날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실제로 무한경쟁 속에서 성적과 경력 등 스펙으로만 평가받을 뿐 아니라 힘들게 쌓은 실력조차 발휘할 기회가 드문 젊은이들에게 희망은 먼 얘기와 같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암울한 상황에서도 삶의 밝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그들이 참으로 대견할 따름이다.

그런데 소확행이라는 이 유행어를 처음 접했을 때 '소'와 '행' 글자에서 '소소한 행복'은 바로 알아차렸지만 '확실한 행복'으로서의 '확'은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왜 행복이 확실한 것으로부터 얻어져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길 위의 여정과 같다. 그러나 인간은 원래 불확실한 상태를 두려워하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존재로 태어났다. 그렇기에 이 취약한 상태로 멈춰 서 있지 않으려면 투지를 불태우며 알 수 없는 미래에 도전하여 그 한계를 극복해 나가야만 한다. 때론 실패를 겪으며 좌절하기도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때 얻게 되는 성취감과 보람이야말로 행복지수를 끌어 올리는 주된 요소가 아닐까.

경제와 정치 등 사회 전반에 불안의 요소가 많아지고 불확실성이 늘면서 현 시대 젊은이들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작더라도 확실하고 안전한 것에 집착하는 현상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이를테면, 서랍 안에 반듯이 개켜진 옷들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과 안정을 느끼는 그들에게서 오히려 각박한 현실에서 그들이 가졌을 괴로움과 무력감의 무게가 안쓰럽게 전해질 뿐이다.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번역서가 발간된 1990년대 초반이다. 일본의 경기 침체로 탄생했던 이 단어는 당시 알 수 없는 미래가 오히려 고도성장의 기회로 느껴지던 우리사회에 어떤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나서야 난데없이 대한민국 청년들이 이에 응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소확행 열풍은 현재 방향성을 상실한 채 위태롭게 부유하고 있는 이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분명하다.

비록 사회 구조적 난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한창 때의 청년들이 변화 없는 일상에 그저 굴복해서는 안 된다. 마치 이솝우화에서 따먹기 힘든 포도를 '신포도'로 여기며 바로 포기한 여우처럼, 젊은이들도 소확행이라는 미명 아래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해버리는 건 아닐까. 기성세대에게 젊은 시절의 과제는 맨 손으로 절대적 빈곤과 무지를 때려잡는 것이었다면, 현재 젊은 세대는 이 불확실한 세태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오히려 다양한 미래상을 제시해 나갈 소명을 부여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소확행이 '헬조선'에 태어났다는 비아냥과 비관론을 그저 핑크빛으로 포장한 게 아님을, 이 시대 젊은이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해 땀 흘리며 싸운 이후에 절로 짓게 되는 행복한 미소로서 증명하기를 바란다.

<고찬미 한국학중앙연구원 전문위원·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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