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인의 한라시론] 동네예보 이해

[유종인의 한라시론] 동네예보 이해
  • 입력 : 2017. 12.07(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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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 '동네예보'가 시행 10년을 눈앞에 둔 지금도 한번씩 부정확한 예보로 오보청의 오명을 받고 있다. 동네예보는 이전엔 시·도 단위로 '제주 한때 비' 등으로 예보하던 것을 '제주시 구좌읍에 오후 1시부터 약 30㎜의 비'처럼 읍·면·동으로 지역과 시간을 상세하게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동네예보는 우리나라 영역을 동서 149개, 남북 253개로 5km 간격의 바둑판 형태(격자점)로 구성하고 12개의 예보요소(기본적인 기상요소인 기온, 습도, 강수, 바람과 하늘상태, 유의파고 등 포함)를 3시간 간격으로 72시간 예보하는 것으로 숫자, 그래픽 형태로 예보 요소를 표현하여 '언제, 어디에, 얼마나'와 같이 상세하고 정량적이며, 다양하고 가공 가능한 형태의 예보요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종전의 일기예보는 지방청 예보관이 기상 관측 자료와 일기도, 수치모델 예측 자료를 기반으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관할 구역의 예보를 결정하고 본청과의 토의를 거쳐 최종의 예보문을 작성하여 언론매체나 유관기관에 유·무선으로 통보하는 체계였다. 예보 요소에 따라 특정 지점에 대한 정량적 예보 값을 제공하기도 하지만(예: 제주시 최저기온) 광역 행정 구역에 대한 기상 개황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예보 표현은 다소 정성적, 다의적 용어로 기술하는 것이 불가피하였다.

예를 들어 '오늘 오후 제주 남부지역에 곳에 따라 한두 차례 소나기가 있겠다' 혹은 '한두 차례 비가 온 후 점차 개이겠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다. 반면 동네예보에서는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낮 12시부터 자정까지 비가 10mm 오겠다.'라는 식의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예보에 대한 사용자의 불만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신문고, 인터넷 등에 불만을 조사해 보면, 기상청 동네예보에 '제주시 구좌읍'을 입력해 검색해보니 강수확률이 20%에 불과한 터라 안심하고 농사일을 하면, 오전에 갑작스레 시간당 10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 낭패를 보는 것이다. 반대로 비가 온다고 해서 온종일 방재 작업에 공을 들였는데, 정작 비는 구좌읍이 아닌 다른 지역에만 내리는 날도 있었다. 심지어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동네예보에는 '흐림' 표시가 떠 있어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필자는 지역사회에 농업, 관광 등 산업별 무료 기상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동네예보를 가장 유익하게 활용하고 있다. 동네예보를 자주 확인하고 지켜보는 입장으로서 이러한 부정확한 예보는 제주도민들에게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상청은 수치예보 소프트웨어인 '전지구예보모델'의 예보생산 간격과 동네예보와는 시차를 줄여 즉각적 대응을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동네예보는 3시간 단위로 하루 8번의 예보를 내고 있는 반면 전지구예보모델은 하루에 4번만 가동되는 문제로 야기되는 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좁은 지역에서 짧게 내리는 게릴라성 호우에도 즉각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예보의 생산 과정이나 대응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지역 특성을 잘 알고 연구 경험이 많은 예보관의 예보능력을 동네예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 또한 동네예보지역 주민 초청 또는 방문 설명회를 더욱 확장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도 동네예보의 생산 과정 및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여 각자의 용도에 따라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좋지 않을까 여겨지는 바이다. <유종인 민간기상예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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