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오모리를 만나다/ 한라일보-日 토오일보 기사교류]②지리적 특성-폭설

[일본 아오모리를 만나다/ 한라일보-日 토오일보 기사교류]②지리적 특성-폭설
세계적인 폭설도시 아오모리의 사람들
  • 입력 : 2017. 03.31(금) 00:00
  •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 한라일보사와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토오일보(東奧日報)사의 두번째 기사교류 테마는 '자연'이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화산암으로 덮여 있고 아오모리현은 일본은 물론 세계 유수의 폭설지대로 알려져 있다. 두 지역 주민들이 척박한 환경을 개척하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제주의 돌과 아오모리현의 눈은 관광자원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가루눈, 가랑눈, 함박눈…. 아오모리현에 내리는 눈은 여러가지의 이름으로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소설 '쓰가루'나 일본 히트곡 '쓰가루 여인'가사에 등장한다. 약 4개월에 달하는 아오모리의 겨울 기간 아오모리현민들은 다양한 눈과 마주하면서 하루를 살아간다.

거대하게 자란 수빙 스노우 몬스터가 늘어서 있는 핫코다산계의 설원.

일본 혼슈(本州)지방 최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현은 겨울철 내리는 폭설로 유명하다. 특히 아오모리시는 인구 30만명 규모의 지자체 중 가장 눈이 많이 내린다. 1년 평균 적설량이 669㎝에 달해 세계 제일의 폭설 도시다.

그중에서도 아오모리시 핫코다(八甲田)계의 온천지 스카유(酸ヶ湯)지역은 지난 2013년 적설량 566㎝로 일본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스카유지역은 올겨울에도 일본의 전체 관측 지점 323개소 중에서 최고 적설량을 기록하고 있다.

1년 평균 적설량 669㎝ 달해… 제설장비·작업 생활화
높은 공중전화부스 등 눈과 함께 하려는 지혜 엿보여


아오모리시는 왜 이렇게 눈이 많이 올까. 아오모리 지방 기상대의 마에다 타츠야(前田 達也) 기상 정보관은 "대륙에서 차갑고 건조한 계절풍이 상공으로 흘러 들어와 열과 수증기로 인해 눈구름이 발생하는데, 그 눈구름이 고도가 약 1000~2000m 낮은 핫코다 산에 부딪히면서 서쪽의 쓰가루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눈이 많이 쌓여도 문이 열리도록 높은 위치에 설치되어 있는 공중전화 부스.

때문에 겨울 기간 아오모리 시민에게 있어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집 주변 및 지붕 위의 눈 치우기다. 눈을 치우는 방법의 좋고 나쁨이나 배려정도가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매너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눈이 많이 내릴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눈을 치우는 바람에 한 겨울에도 땀이 날 때가 있다. 때문에 이 시기 홈센터(주거공간을 자기 손으로 꾸밀 수 있는 소재나 도구를 파는 상점)에는 삽 등 제설 장비가 늘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여성도 단번에 대량의 눈을 치울 수 있는 '마마 덤프'는 집마다 한 대씩 보급돼 있을 정도다.

때론 치운 눈을 둘 곳이 없어 곤란해 지기도 해 일부 주거 지역에는 치운 눈을 물에 흘려보내는 도랑(유해설, 流融雪)이 설치돼 있다. 아오모리 시내에 있는 이 도랑의 길이는 약 131㎞에 이른다. 눈이 내린 밤엔 제설차도 출동해 다음날 아침에 교통체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밤샘 작업을 한다. 아오모리시의 제설 속도는 일본 내에서 가장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긴 겨울을 쾌적하게 보내고자 했던 아오모리현민의 지혜는 곳곳에 녹아있다. 휴대전화 보급으로 최근에는 그 수가 줄었지만 길거리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가 대표적이다. 눈이 쌓여도 문을 열 수 있도록 공중전화가 계단과 함께 지상보다 수십㎝ 높은 곳에 설치돼 있다.

시민이 손수 만든 눈등롱에 불이 켜진 밤의 히로사키 공원.

또 주택 현관에도 유리나 아크릴로 바람막이 공간(풍제실, 風除室)을 설치해 실내에 차가운 공기가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아오모리시에서 폭설 대책 등을 세우는 도지마 쇼고 (遠嶋 祥剛) 아오모리시 도시정비부 도시거점정비실장은 "주민이 눈과 함께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토 요시타카 기자

사이토 요시타카(?藤 義隆) 기자

▶1969년생

▶이나카다테마을 출신

▶일본대학을 거쳐 95년 토오일보에 입사해 사진부, 고쇼가와라 지국 이타야나기 통신부 등을 거쳐 현재 사회부 기상 담당











눈 즐길거리로 ‘각광’


눈은 아오모리 현민에게 결코 귀찮은 존재만은 아니다. 겨울만의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아오모리현 내에는 초급자용 패밀리 슬로프부터 경기용의 상급자 전용까지 크고 작은 12개의 스키장이 있다. 핫코다산계에서는 스노우 몬스터(Snow Monster)로 불리는 수빙을 바라보며 스키와 스노우 보드를 즐기는 백컨트리(Back Country)가 인기다. 구름과 안개가 나무에 얼어붙어 시간이 갈수록 크게 자라는 수빙이 늘어서 압권이다. 최근에는 부슬부슬한 파우더스노우(Powder Snow)를 원하는 서양과 호주 등지의 스키어들도 아오모리를 찾고 있다.

'핫코다(八甲田)~도와다(十和田) 골드 라인'도 눈의 명소다. 두 지역을 잇는 이 도로는 겨울기간 전면 통제됐다 4월1일 개통된다. 이에 맞춰 제설작업이 진행되며 개통 직전인 3월30일과 31일엔 높이가 7m에 달하는 '눈의 회랑'을 걷는 이벤트가 진행된다. 자연과 인간의 힘이 빚어낸 웅장한 경치가 발길을 붙잡는다.

파우더스노우·눈등롱 축제 등

설국 문화 함께 즐길 수 있어



고쇼가와라(五所川原)시 가나기(金木) 지구는 바닥에 쌓인 눈이 강풍으로 회오리쳐 올라가는 눈보라(지취설·地吹雪)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한도구 가쿠마키(角?き, 담요로 만든 어깨걸이)를 걸치고 설원을 걷는 '눈보라 체험 투어'엔 1988년부터 작년까지 국내외 관광객 1만3000명이 참가했다.

거대하게 자란 수빙 스노우 몬스터가 늘어선 핫코다산계.

눈보라 체험투어를 주최하고 있는 가쿠타 슈(角田周) 쓰가루 눈보라회 대표는 "강한 눈보라와 설국의 오래된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벚꽃 명소 히로사키(弘前)시 히로사키공원은 겨울이면 시민들이 손수 만든 눈 등롱과 눈 조각이 줄을 서는 '히로사키성 눈등롱 축제'가 열린다. 오와다 슌(大和田旬) 히로사키시 도시관광정책과 주간은 "생활할 때는 눈이 적은 것이 좋지만 축제를 위해 많이 내려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02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