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최고의 임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천주교 제주교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와 관련된 '평화의 메시지'를 방한 중에 발표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오후 8시 5분쯤 서강대학교 내 위치한 예수회 공동체를 깜짝 방문했다. 공식 일정에는 없었던 교황의 이날 방문에는 신원식 관구장 신부와 조인영 부관구장 신부, 엄영섭 공동체 원장 대리 신부가 함께했다.

　교황방한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이날 방문에 대해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동료 예수회원들을 편안하게 만나기 위한 것"이라며 "예수회의 일상적인 공동 휴게 시간을 함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강대는 1948년 한국가톨릭교회의 발의와 교황 비오 12세의 윤허로 창립이 기획된 뒤 1960년 가톨릭 예수회에 의해 개교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로 이 예수회 출신이다.

　마침 이날 서강대 예수회 공동체에는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제들이 대거 상경해 있었다. 신원식 관구장은 교황에게 제주 강정마을에서 올라간 김성환 신부와 김정욱 신부, 이영찬 신부, 박동현 수사를 소개했다.

　이들을 소개받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신들은 최고(또는 최후)의 임무를 완수하고 있다"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문규현 신부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15일 밤에 한국 예수회 형제들을 찾아주신 교종. 특히 강정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다 구속, 연행, 부상, 재판 등을 당해온 강정 예수회 공동체 신부님들과 수사님을 격려하셨다"고 설명했다.

　천구교는 정의구현사제단을 중심으로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펼치다 3명의 신부가 실형을 받은 데 이어 현재 4명의 신부가 재판에 계류된 상태다.

　또한 이번 교황 방문 중에는 천주교 제주교구 제3대 교구장인 강우일 주교(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가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여해 모든 일정을 동행하고 있다. 강 주교는 지난 2007년 5월 제주지역 천주교 최고 지도자인 제주교구장으로는 처음으로 지역 현안에 반대의 뜻을 밝힌 이후 줄곧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중 통역을 맡은 정제천 신부도 지난 2012년 4월 9일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예수회가 주관해 열린 '제주 강정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주례해 "강정의 평화가 오는 그날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미사를 봉헌하겠다고 밝힐 만큼 한국 천주교 내에서는 강우일 주교와 함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고위 성직자로 꼽힌다.

지난 2012년 10월 24일에는 강정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던 예수회 소속 이영찬 신부와 평화활동가 4명이 구속되자 긴급회의를 열어 이들의 석방을 위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구속된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