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시작된 '제주 해군기지 중단을 촉구하는 2014 강정 생명평화대행진'. 당시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이 문규현 신부 등과 함께 동참해 도보행진을 펼첬다. 사진=한라일보 DB

강우일 주교와 정제천 신부
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주해군기지에 관심을 갖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강우일 주교를 비롯해 정제천 신부 등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깊이 참여해온 성직자들이 교황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4박5일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날 교황이 탄 비행기가 도착해 문이 열린 뒤 교황이 모습을 드러내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가 주한교황청 대사인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서울대교구장인 염수경 추기경과 함께 계단 위로 올라가 교황을 맞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특히 제주해군기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강우일 주교 때문이다. 천주교 제주교구 제3대 교구장이기도 한 강우일 주교는 그동안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앞장서온 성직자로 익히 알려져 있다.
강 주교는 지난 2007년 5월 신자들에게 '평화의 섬 제주를 염원하며'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통해 제주해군기지 건설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지역 천주교 최고 지도자인 제주교구장으로는 처음으로 지역 현안에 반대의 뜻을 밝힌 그는 이후 줄곧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강 주교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된 '제주 해군기지 중단을 촉구하는 2014 강정 생명평화대행진'에도 문규헌 신부 등과 함께 참가해 도보행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중 통역을 맡은 정제천 신부도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과 인연이 깊다. 예수회 소속인 정 신부는 최근 아돌포 니콜라스 예수회 총장으로부터 차기 예수회 한국관구장에 임명돼 오는 9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정 신부는 지난 2012년 4월 9일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예수회가 주관해 열린 '제주 강정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주례해 "강정의 평화가 오는 그날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미사를 봉헌하겠다고 밝힐 만큼 한국 천주교 내에서는 강우일 주교와 함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고위 성직자로 꼽힌다.
특히 정 신부는 지난 2012년 10월 24일 강정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던 예수회 소속 이영찬 신부와 평화활동가 4명이 구속되자 긴급회의를 열어 이들의 석방을 위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구속된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하는 등 운동가적 성향을 지닌 인물이다.
더구나 천구교는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으로 3명의 신부가 실형을 받은 데 이어 현재 4명의 신부가 재판에 계류돼 있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든 방한 일정을 함께 소화할 정 신부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오는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교황이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조경철 제주 강정마을회장과 고권일 부회장, 천주교 신자인 주민 김미량씨를 포함해 강정마을 주민 3명이 초청됐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공항에서 평신도 대표로 영접나온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손을 맞잡고 "가슴이 아프다.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 영접 나온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