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행보' 교황 제주 방문 가능할까

'파격 행보' 교황 제주 방문 가능할까
강우일 주교, 올초 바티칸 찾아 4·3공원 방문 요청
제주해군기지 등 관련 평화 메시지 발표 가능성도
  • 입력 : 2014. 08.15(금) 13:00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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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7층 소성당에서 기도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오른쪽은 강우일 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왼쪽은 정제천 신부(통역 수행비서). 사진=연합뉴스

강우일 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져 성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해 한국땅을 처음 밟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첫날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4박5일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에는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자격으로 모든 일정을 동행하고 있다. 또한 교황 방한 중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정제천 신부도 오랫동안 제주해군기지에 관심을 갖고 반대 운동을 펼쳐온 인물로 제주와 인연이 깊다.

이처럼 강우일 주교와 정제천 신부가 교황의 모든 방한 일정에 동행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그동안 깊이 관여해온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교황에게 직접 전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구나 천구교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중심으로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 그동안 3명의 신부가 실형을 받은 데 이어 현재 4명의 신부가 재판에 계류돼 있기 때문에 방한 중인 교황으로서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강우일 주교는 올해 초 바티칸을 직접 방문해 교황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4·3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제주교구의 고병수 신부는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는 들은 것이 없지만 강우일 주교가 교황청을 방문했을 때 방한 중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달라고 교황에게 요청한 사실은 들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가부 여부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주 방문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평소 평화를 강조하고, '보통사람들'을 우선시해온 교황의 성향으로 볼 때 제주 방문이 아주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교황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섬 앞바다에서 아프리카 난민 500여명을 태운 배가 침몰하자 선출 이후 로마 밖 첫 행보로 사고 현장을 찾았다. 이번 방한 일정 중에는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장애인들을 만나고, 미사 중에는 세월호 사고 유족·생존자들을 만나 위로의 메시지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교황의 방한에 앞서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교황은 방한 때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전쟁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군비 경쟁 대신 평화와 화해, 상호 이해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분단국이기 때문에 이 점이 더욱 중요하다. 남북 분단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고통을 받았고 분단은 한국인의 정신과 삶에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교황이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기다려 달라"고 밝혀 최근 한반도 평화와 전쟁의 아이콘으로 부상 중인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지난 1984년 처음으로 방한한 요한 바오로 2세가 전두환 정권의 만류를 무릅쓰고 광주를 돌발적으로 방문해 미사까지 봉헌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황의 공식 일정이 이미 빽빽히 짜여져 있는데다 제주도는 국내 다른 지역과 달리 차량으로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규모 수행단과 경호팀을 동반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사실상 방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방한 첫날 환영식에 이어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추기경 2명을 포함한 한국 주교단과 만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 뒤 숙소인 교황대사관으로 향했다.

교황은 이어 15일 오전에는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면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미사 후에는 세종시 대전가톨릭대에서 아시아 청년 신도들과 점심을 겸한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오후에는 성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당진 솔뫼성지에서 아시아·한국 청년대회 참가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이어간다.

교황은 셋째날인 16일 오전에는 서울 서소문 성지를 참배한 뒤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미사에 참여한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장애인 요양시설 '꽃동네 희망의 집'에서 장애인들을 만난 뒤 5000여명의 한국 수도자들과 평신도 지도자(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들을 만날 계획이다.

넷째날인 17일 교황은 충남 서산 해미성지에서 열리는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가해 한국과 아시아 주교 90여명을 만나 연설을 겸한 오찬을 진행한다. 이어 순교성지 해미읍성으로 이동해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고 차기 아시아청년대회 장소와 시기를 발표할 예정이다.

교황은 방한 마지막날인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한국 종단지도자 12인과 만난 뒤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진행한다. 이어 교황은 공항으로 이동해 이날 오후 1시쯤 출국할 계획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 베드로 무덤벽화의 모자이크화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에게 선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7층 소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프란치스코 교황, 강우일 주교, 정진석 추기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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