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으로 사람들과 건강한 연결 꿈꾸는 박민영 씨 [제주愛]

무용으로 사람들과 건강한 연결 꿈꾸는 박민영 씨 [제주愛]
[2025 제주愛 빠지다/ 제주 이주 N년차 이야기] (12) 박민영 제주시니어댄스예술교육원 대표
"받은 '나눔'의 마음, 무용 교육으로 보답"
예술교육현장과 무대 오가다 찾아온 '번아웃'
멈춤의 순간 제주로... 무용 교육으로 스며들기
활력 회복 도우며 언젠가 '시니어 공연'무대도
  • 입력 : 2025. 09.23(화) 14:06  수정 : 2025. 09. 25(목) 12:36
  • 오은지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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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제주시니어댄스예술교육원 대표는 제주에서 사람들이 무용을 통해 자기 몸을 새롭게 인식하고 예술적 감각을 회복하며, 일상에 활력을 더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박민영 씨 제공

[한라일보] 서울에서 15년 예술 교육 현장과 무대를 오가던 어느 날 '번아웃'을 맞았다. 익숙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변화가 절실했다. 2020년, 모든 연결을 내려놓고 무작정 연고 없는 제주로 삶의 무대를 옮겼다. 자연의 흐름에 기대어 다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경력도, 네트워크도 통하지 않는 곳... '원점'에서 시작

섬에선 무용가이자 문화예술교육자로서 쌓은 경력도, 네트워크도 작동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였다. 그런데 그 원점이 오히려 좋았다. '박민영'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새롭게 빚어갈 기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다시 제주로 돌아온 박민영(41) 씨는 (주)제주시니어댄스예술교육원 대표라는 새 명함을 손에 쥐었다.

현대무용과 발레를 전공하고 오랜 시간 예술중등교육과 대학 무용 교육에 몸담아온 그는, 최근 기획한 '농업인·시니어 대상 무용 프로그램'이 제주문화예술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제주에서의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박 대표가 제주에 처음 왔을 때는 코로나19로 공연계가 멈춰 선 시기였다. 관객 대신 자연과 마주하며 무용 영상을 제작하는 시간은 값졌지만, 예술로 지역에 스며드는 일은 더뎠다. 버티는 시간 속에서 공연 말고 '제주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무용 교육을 해야겠다는 구상은 그 질문에서 시작됐다.

대정읍에 머무르며 자연스레 농업인들과의 교류가 잦아졌다. "요가나 필라테스는 해봤지만 무용은 해본 적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박 대표는 무용의 문턱을 낮춰 "멀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인식을 바꿔주고 싶었다고 했다. 때마침 서울에서 소규모 무용 스튜디오를 열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잠시 제주를 떠나 비전공자 대상 수업을 실험하고, 부족한 공부를 채우기로 했다. "잘 준비해서 다시 오자"는 다짐대로 재정비를 마치고 한층 단단해져 돌아왔다.

박민영 씨 제공.

|제주서 만난 고마운 인연 덕에 '나눔'의 가치 되새겨

박 대표의 수업은 기술을 주입하기보다 감각을 깨우는 데 방점이 찍힌다. "누구나 몸 안에 자신만의 이야기가 쌓여 있고, 그것을 움직임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박 대표는 시니어 댄스를 통해 참여자들이 "예술은 특별한 사람이 무대에서만 하는 것"이라는 경계심을 내려놓길 바란다. 무용을 통해 자기 몸을 새롭게 인식하고 예술적 감각을 회복하며, 일상에 활력을 더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프로그램이 자리잡으면 언젠가 '시니어 공연'을 올릴 날을 기대한다.

시니어 대상 무용 교육은 박 대표가 지역에 스며들기 위한 방식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서로 낯설어서 경계를 둘 뿐이지, 제가 먼저 다가가면 마음을 열어주시더라"며 제주서 만난 고마운 인연 덕분에 '나눔'의 가치를 다시 새길 수 있었다고 했다. 받은 마음을 돌려주기 위해, 박 대표도 자신이 가진 걸 나누기로 했다. 그것이 춤이었고, 교육이었다.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춤을 놓아 길을 만들어 가려 한다. 그렇게 무용을 매개로 사람들과 건강한 연결을 꿈꾼다.

그가 제주 이주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언은 확고했다. 박 대표는 "제주에 와서 무언가를 하려고 찾는다면 뿌리 내리기 쉽지 않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특히 지역 사람들과 교류하며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하게 있으면 정착하는데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영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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