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핫플레이스] (36)제주시 (주)동문시장

[제주 핫플레이스] (36)제주시 (주)동문시장
제주 반백년 시장 이야기가 고스란히
  • 입력 : 2019. 01.03(목) 2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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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완공해 명목을 이어가는 (주)동문시장에는 50여년 레시피를 이어가는 국수집과 시장 설립 초기 주요 품목이었던 포목 등 혼례용품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여전히 영업 중이다. 최근 2층에는 마카로 전문점과 헤어클럽, 흑백사진관 등이 들어서 새로운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선사한다.

혼례용품 점포들 옛모습 그대로
50여년 전 레시피 간직한 국수집

2층 헤어클럽·흑백사진관 탈바꿈
호떡노점상 환경따라 조금씩 변화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주중이나 주말이나 사람들은 일하느라 즐기느라 여전히 바쁘다. 그래서 다양한 제품을 한번에 구입할 수 있는 대형마트를 선호하게 된 것일까. 그런데 우리가 지금 재래시장이라 부르는 동문시장도 50여년 전 준공할 때만 해도 시장과 백화점을 절충한 제주 최초의 근대 상업 건축물이었을 만큼 세련된 외관과 내용을 자랑했다. 반백년 시장 이야기가 깃든 이곳이 요즘 주말 나들이에 적한한 곳으로 다시 입소문이 나돌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제주동문시장은 (주)동문시장(이하 '동문시장')과 동문재래시장, 동문공설시장, 동문수산시장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이 가운데 동문로터리 쪽에 있는 동문시장 건물은 1965년 준공할 때만 해도 시장과 백화점을 절충한 제주 최초의 근대 상업 건축물이었던 세련된 외관과 시설을 자랑했다. 이 건물 북쪽 외벽에는 동문시장 건물의 역사를 가늠케하는 현판이 걸려있다. '동문시장주식회사 1963년 12월 1일 착공, 1965년 1월 31일 준공 해군소장 김영관 기증'.

건물 서쪽 외벽에는 보다 더 구체적으로 동문시장의 어제와 오늘의 발자취를 알려주는 안내문이 사진과 함께 붙어 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해방 전 관덕정 앞쪽에 오일장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해방 이후에는 산지천광장 일대에 포목, 식료, 생필품 등을 파는 동문매일시장이 형성돼 동문시장의 기원을 열었다. 6·25전쟁을 겪으면서 근대화되기 시작했지만 1954년 두 번의 화재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결국 재개발 대상지로 결정된 후 1962년 동문시장주식회사가 설립돼 1964년 당시 제주도 상업시설로는 가장 큰 규모의 동문시장이 완공됐다.

지금 동문시장 1층에는 동문시장이 시작할 때부터 주요 품목이었던 포목과 한복, 침구, 커텐 등 혼례용품 일체를 판매하는 점포들이 여전히 영업 중이다. 미로처럼 이어진 건물 안에 양품, 원단, 갈옷, 수의, 신발, 가방, 주단을 팔고, 옷수선하는 곳을 알리는 작은 간판들이 빼곡하다. 가격과 질, 품목의 다양성 면에서도 대형마트에 뒤지지 않는 곳이다. 1층이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반면 2층 일부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마카롱 전문점과 '남자는 머리빨 여자는 the 머리빨'이라는 선전문구로 고객을 유혹하는 헤어클럽, 컬러보다 더 세련된 흑백사진관, 그림·소품 판매점과 캔들공방까지 들어섰다.

동문시장의 명맥을 유지하게 한 원동력 중에선 국수집을 빼놓을 수 없다. 건물이 완공된 해인 1964년부터 어머니가 국수집을 열었다는 금복식당 주인 이영식씨(66)와 김숙희씨(64) 부부는 딸과 함께 54년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건물은 완공됐는데 준공검사는 계속해서 미뤄지자 어머니가 다른 상인들과 함께 먼저 입주해 국수집을 열었지요. 국수 한그릇에 15원하던 시절, 도내 매일시장은 이곳이 유일해 많게는 6~7개 국수집이 성업을 이뤘어요." 지금은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동진식당과 함께 두 곳이 남아 30~40년 단골과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국수집 안에는 올해 100세를 맞은 어머니 김필선 할머니의 사진, 며느리 김씨가 1976년 3월 19일 발급받은 영업허가증이 가보처럼 붙어 있다. 메뉴판 속 '잔치국수 4000원'을 보고 물으니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당당한 답변이 마음을 울린다. 50여년 전 조미료도 없을 때의 레시피를 간직한 음식이다. 이씨가 3년 전 개발하고 작명한 '비비고(비빔고기국수) 6000원'도 구미를 당긴다. 조리대 위에서 불에 그을리면서도 생명력을 이어가는 국수 보관함은 이씨의 아버지가 40여년 전에 사오기나무(벚나무)로 만든 작품이다. 동문시장은 많은 것이 이야기로 귀결된다.

건물 서쪽 벽을 따라 호떡과 야채 등을 파는 노점도 동문시장과 역사를 같이 한다. 30여년 전 시청이나 동사무소에서 나와 불법이라며 좌판을 엎고 가도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해본, 당시 노점상인들 중 막내였던 한 여인은 이제 77세가 됐다. "50원이던 호떡을 지금은 500원에 팔지만 벌이는 전만 못해요." 10월부터 5월까지 호떡을 팔다가 딸기가 나기 시작하면 8월 추석까지 과일을 팔았던 여인은 마트가 출현한 이후 과일에서 옥수수로 품목을 바꿨다. 환경이 급변해도 스스로 생존법을 터득한 이들의 이야기가 동문시장과 함께한다. 1월 중 정기휴일은 새해 첫날과 첫째 일요일(6일), 셋째 일요일(20일)이다. 표성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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