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핫플레이스] (8) 오라동 메밀밭

[제주 핫플레이스] (8) 오라동 메밀밭
산허리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하얀 꽃
  • 입력 : 2017. 09.15(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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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눈이 내려앉은 듯 순백의 가을 정취를 보여주고 있는 제주시 오라동 메밀밭을 찾은 도민과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희만기자

83만평 대지에 메밀 30만평 파종
국내 최대 규모 메밀밭 장관 이뤄
이번 주말부터 한달간 축제 열려


산허리에 온통 흐드러지게 핀 하얀 메밀꽃이 굳이 달빛이 아니어도 숨이 막히게 한다. 제주 5·16도로와 1100도로를 잇는 산록북로(지방도 제1117호선)에 자리한 제주시 오라동 메밀밭이 요즘 제철을 맞았다. 옛 마을공동목장 부지인 83만평 중 30만평에 경작한 메밀이 장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처음 발을 들인 관광객들은 국내 최대 규모의 메밀밭이 제주섬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오라동 메밀밭 입구에 서면 광활하게 펼쳐진 메밀꽃 너머로 제주시와 제주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뒤로는 한라산 백록담이 능선에 살짝 가려 아쉬움을 남기지만 직선길이만도 3㎞에 달하는 메밀밭길을 따라 걷다 돌아보면 그새 숨었던 백록담이 배시시 얼굴을 드러낸다. 포토존인 돌하르방과 해녀상까지 진입한 뒤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이들이 허다하지만 이렇게 발품을 팔면 더없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문성욱 농업회사법인 오라유한회사 대표는 1992년부터 이곳에 메밀을 심기 시작했다. 제주에서 경작지로는 가장 고지대에 위치해 있지만 사실 조, 보리, 벼, 팥과 함께 오곡 중 하나인 메밀은 토지를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심지어 우리 조상들은 조를 파종했다가 발아가 되지 않아 속수무책인 경우에도 그 자리에 메밀을 파종해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그래서 문 대표는 메밀을 일러 "무정한 놈"이라고 표현했다.

매년 8월 중순 이곳에 메밀을 파종하는 문 대표는 올해는 8월 16일을 파종일로 잡았다. 파종 후 3일이면 발아할 만큼 속성인지라 15일만 지나도 꽃이 피기 시작해 벌써부터 열매가 달리고 있다. 문 대표는 파종 후 60일 후인 10월 중순이면 30만평 대지를 가득 메운 메밀을 수확할 예정이다. 메밀은 난전밭(목장밭)에서도 잘 자란다. 워낙 빨리 자라다 보니 잡초가 머리를 들지 못하고, 덕분에 일손이 적게 들어 30만평 메밀 파종을 5명으로 해결했다.

메밀꽃이 피기 시작해서 흥이 나는 건 사람만은 아니다. 메밀밭 가장자리로 난 산책길을 따라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곳에 이르면 수정하기 바쁜 꿀벌의 날갯짓 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다. 문 대표에 따르면 메밀꽃 필 무렵 이곳 주변에는 벌통 약 1000개가 밀려든다. 벌통 1개당 많게는 많게는 4만마리의 벌을 수용한다고 하니 단순 계산해도 4000만마리의 벌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메밀밭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꿀벌 군락까지 감상할 수 있다.

문 대표는 일터이고 삶터인 이곳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제주 메밀을 알리는 게 목적이에요. 육지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한결같이 '제주도가 이렇게 메밀을 많이 심는구나'하고 놀라곤 하지요. 사실 국내 유통되는 메밀 중 60~70%가 제주산이라는 사실을 이곳에 와서야 깨닫게 되는 것이죠. 강원도 봉평이 10만평 가지고 축제를 하는데, 우리야 말할 것도 없지 않아요?"

문 대표는 지난해부터 메밀꽃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이번 주말부터 한달간 축제가 계속된다. 부족하나마 행정에 요청해 작은 임시화장실을 설치하고, 5000대 정도 수용 가능한 주차장도 정비했다. 농업기술원의 일부 지원을 받아 일본에서 들여온 메밀 가공기계로 탈피하고 뽑아낸 메밀쌀과 가루뿐만 아니라 메밀 가공식품도 출시했다. 물론 이곳 메밀꽃으로 탄생한 꿀도 위탁판매 중이다. 1차산업의 한계를 가공과 유통, 축제 등으로 극복하려는 것이다. 사단법인 전국농업기술자협회 제주도연합회장인 그가 초대한 전국의 농업지도자들도 이번 축제 기간 이곳을 찾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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